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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20240727/토/무더위에 스콜

by 정썰
#다짐 #조성모

빠라바바빠빠밤, 빠라바바빠빠밤, 빠라바바빠빠밤 빠바바암~

조성모 하면 생각나는, 다짐하면 떠오르는 추임새? 도입부다. 가사를 찾아보니 가사에는 이 부분이 없다.

재킷의 옷섶을 잡고 흔들면서 신이 나지만, 반전 가사다. 내 기억 속에도 우울로 남았다.


노래가 나와서 한창 유행할 당시 난 중위(중2 아니고), 육군 중위로 사단장 전속부관을 마치고 예하 대대 작전항공장교로 뺑이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도 상황유지를 위해 밥을 거르기 일쑤였고, 뭔 놈의 일은 그렇게도 많은지 매일 새벽 출근에 자정 퇴근. 숙소라는 BOQ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연인숙 수준이었다. 그래도 음악을 들었다. 작은 CD플레이어에 작은 스피커. 퇴근해서 샤워를 하고 나면 음악을 크게 틀었다. 빠라바바빠빠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당장 몇 시간 후 펼쳐질 악몽 같은 현실에 즐겁지가 않았다. 우울함이 노래를 집어삼켰다. 늘.


늘 다짐을 한다. 때론 다짐을 다짐하기도 한다. 작심삼일이 인간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이니 다짐은 어쩌면 일상이다. 모 시사평론가의 말대로 실행이 다짐의 혹사를 막아줄 뿐이다.


새롭게 두 가지 다짐을 했다.

첫 째, 웃는 입 만들기. 눈은 웃는 상이다. 입은 그렇지 못하다. 타고난 거다. 몇 번 시도해 보다 포기했다. 전속부관시절 사단장님은 포커페이스였다.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면이 있으신데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사단장 취임 후 매일 아침 관사 현관 거울 앞에서 웃는 연습을 하셨다. 지금의 내가 그때 사단장님 나이가 되어간다. 방법을 찾았는데 어렵다. 입꼬리를 양쪽으로 끌어당긴다는 느낌으로 힘을 주는 거다. 많이 올라가진 않는다. 처진 본색을 수평으로 맞추는 정도다. 매일 때때로 해볼 거다.

둘째, 교통법규 지키기. 약속 시간 기준으로 여유 있게 출발하고 카메라가 보이건 아니 건간에 무조건 규정속도를 지킬 거다. 늘 보행자 먼저, 빌런들이 시비를 걸어와도 속도경쟁 하지 않고, 배가 고파도 참고, 화내지 않고, 다른 운전자 비하하거나 욕하지 않고 운전할 거다.


글을 쓰는 동안 또 하나 다짐할 게 생겼는데 일단 두 가지에 집중하자. 다짐이 너무 많으면 힘들어 디짐.

2일 차다. 하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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