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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02. 2024

큰 산

20241002/수/화창

#대야산 #용추계곡 #돌개구멍

大耶山. 가운데 한자가 ‘어조사 야’. 그냥 큰 산이네. 문화사대주의적 생각인지 몰라도 ‘큰 산’ 보다는 ‘대야산’이 있어 보인다. ‘큰 뫼’ 보다도.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등반대장 아내님의 픽은 월악산이었다. 막판에 대야산이 대항마로 올라왔고, 오늘 아침 최종 결정은 대야산. 결정적 요인은 집에서 산까지의 거리. 근소한 차이로 대야산으로 향한다. 09시 출발.


산행은 날씨가 반인 거 같다. 잘 왔다. 나머지 반도 계곡과 바위산, 그리고 정상을 둘러싼 산들의 파노라마 풍경까지 가득 채웠다. 그중 처음과 끝을 좌우에서 함께 해준 용추계곡은 황홀했다. 그중 짙은 녹색으로 그 깊이감에 살짝 무섭기도 한 곳은 위험해 보이는 만큼 신비롭기까지 했다. 궁금했다. 왜 한 줄기로 흐르는 물을 받아내는 바위 중에 그 부분만 깊게 파였을까?


돌개구멍이라고 했다. 정확히 발음하면 도올개 구멍이다. 처음 안내판을 보고 돌 개구멍인 줄.ㅋ

암반으로 이루어진 하천의 바닥에 생긴 원통형의 깊은 구멍. 하수의 침식 작용에 의하여 생기며, 화강암과 같은 암석으로 된 하천 바닥에 잘 나타난다.

신기했다. 수백 미터의 계곡을 따라 즐비한 화강암중 작은 각도의 차이와 물살의 세기 차이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 테고, 앞으로도 그 깊이의 차이는 계속 벌어질 거라는 생각.

15년, 10년, 아니 40년 정도를 파왔다. 그 시간에 비해 너무도 얕은 지금의 나. 최근 몇 년간 몰아친 고난과 고통으로 조금 더 깊어졌을까?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사람과, 이렇게 좋은 산에 올라서 행복했다. 5시간의 등반으로 100중 2를 채웠다. 파고 파고, 오르고 오르고, 큰 산은 어렵겠고, 멋진 산처럼 살아보자. ^^


龍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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