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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렌 Aug 02. 2020

먼저 고양이를 사랑합니다

 


 "고양이도 고양이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뭔가가 있나 봐요."     


  화성에서 도경이를 만났다. 밥을 먹고 산에 올라가 종을 치고 차를 마셨다.

  집에 들어가면 고양이 네 마리가 몰려온다고 했다. 그게 신기하다고 했다. 고양이는 네 마리라서 혼자가 아닌데 자기를 반기는 모습이 마치 외로워서 그런 거 같다고 했다.      


  감정이입이라는 말이 있다. 새는 운다. 새가 우는지는 알 수가 없는데 우리는 새가 운다고 말한다. 새는 노래하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자주 새가 운다는 표현을 쓴다. 새가 우는 것은 새의 감정이 아니라, 나의 감정이다. 내 감정이 그래서 새가 우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고양이가 외로웠던 것이 아니라 상은이가 외로웠던 것 아닐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옷에는 고양이털이 묻어 있다. 도경이의 옷에는 하얀 털이 보였다.

도경이의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기관지가 부었어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다.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고양이를 데려오고 나서라고 한다.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를 버릴 수는 없잖아요."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하여 약을 복용 중이란다.

  "어떤 때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고생을 해요. 잠을 잘 때도 그래서 괴로울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양이를 키운다. 사랑이다. 대단한 사랑.      


  나는 다행히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엔 왼쪽 팔 안쪽에 붉고 작은 물집들이 생겨 있었다. 가려워 긁었더니 붉은 색이 번졌다. 오후가 되어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전 내내 나는 고양이를 의심했다. 렛트를 의심한 것이다. 사랑할만한 존재인지 사귀기 전에 의심해보는 사람들처럼. 혹시, 나 고양이 알레르기 있는 거 아닐까? 사랑하면 아프기만 한 거 아닐까? 사랑할 만한 존재일까? 그렇게 의심이 많은 사람처럼 행동했는데 한 가지 나는 아는 사실이 있다. 그런 걸 다 따지고 의심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어떤 것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에 대해선 먼저 사랑하고 사랑할 만한지 판단하면 된다. 대체로 사랑하고 나면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싶어서 끝까지 사랑하게 된다. 도경이의 경우처럼 사랑하게 되면 큰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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