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렌 Aug 13. 2020

과자가 그렇게 맛있니


  렛트는 안방 문 앞에서 잔다고 한다. 먼저 일어난 디라스가 문을 열면 언제나 거기 누워 있다고 한다. 문이 열리면 도망간다.

  "도망 갈 거면서 왜 거기서 자는 걸까?"

  "잡으라는 거야. 장난 치고 싶은 거지."

  내게서 달아나는 것도 날 잡아 보라는 것이었나. 나는 달아나는 렛트를 쫓은 적이 없다.      

 

 렛트는 사람과 함께 잠을 자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다림이처럼 문을 열라고 방문을 긁었을 것이다. 내가 자던 곳은 푹신한 침대 위였다고. 인간과 고양이는 한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각자의 꿈을 꾸는 거라고. 우린 동상이몽의 관계라고.      


  고양이가 높은 책장에 올라가 배위로 점프를 해서 잠에서 깨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겁도 없이 거기서 뛰어내린다고?"

  "예, 그렇다니까요."

  고양이는 후배의 배가 깊은 물웅덩이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찔러보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 거 같아서 눈으로만 보았다. 찌르면 금방 튕겨 나올 것 같은 푹신한 쿠션이었다. 나는 렛트가  거기 뛰어내려 작은 물방울처럼 튀어오르는 것을 상상했다. 렛트는 정말 물방울처럼 몸을 말고 있을 때가 있다.        


  어제는 길게 술을 마셨다. 한 시간 이상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는 그래야 했다. 앉으면 화장실도 잘 안 가는 스타일이라 엉덩이와 허리가 아팠다. 그럴 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부럽다. 담배가 당겨서 자주 일어나게 되니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누가 말하면 되는데 누가 말하면 욕을 듣는다.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다. 그런데 평등이 당연한 것처럼 주장한다. 나도 그런 편이었는데 지금은 포기했다. 사람들은 유리한 주장을 할 뿐이지 착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사과를 사면서도 사람들은 신중하다. 예쁜 걸 고르려고 한다. 얼마나 열심히 고르는지 없던 차이들이 생기는 것 같다. 차이가 있는 곳에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까. 평등이란 개념은 있고 실체가 없는 진공 같은 것이다. 사랑 같은 것이다. 참고로 나는 사과를 고를 때 손에 잡히는 대로 담는데 사과를 차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심각한 이야기보다 가벼운 연애 이야기가 좋다. 얼마 전 연애 감정으로 완성된 한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작가의 연애 대상이 누구라고 추측하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작가가 제주도에서 누구누구를 만났는데 아마도 누구누구가 누구누구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누군가의 달콤한 이야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이 정치적 올바름을 생각하는 것보다 좋아졌다.      


  집에 돌아와보니 디라스가 렛트 이야기를 했다. 과자를 사와서 주었는데 얼마나 기쁜지 그걸 먹을 때 꼬리를 세우고 부들부들 떨었다고 한다. 먹고 나서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나온 것처럼. 자랑질을 하듯이 그랬다고 한다. 집밖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보다 집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훨씬 즐거운 요즘이다.            

이전 18화 너의 이야기는 한 번 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