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CDRI(기업분쟁연구소)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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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갈량 변호사는 인터폰을 눌렀다.
“최 변호사, 잠깐 내방으로 오지?”
1년 전 다른 로펌에서 최소아 변호사를 스카웃 할 때가 생각났다. 기업분쟁 관련 사건 수임이 늘어나면서 팀장을 맡고 있던 유 변호사로서는 좀 더 전투적인 변호사의 전력(戰力) 보강이 필요했다. 유 변호사는 최 대표변호사를 설득해서 L로펌에서 최소아 변호사를 스카웃했다.
최소아 변호사. 4년차인데, 학부 때 전공이 경제학이고 L로펌에서 스타트업, IT 기업과 일을 많이 했다. 유 변호사가 1-2년 지도하면 점프업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
최 변호사가 태블릿 PC를 들고 급히 들어왔다.
“응, 좀 앉지.”
사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가르쳐줄 수는 없다. 특히나 최 변호사처럼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후배에게는 적당한 케이스가 생갈 때마다 원 포인트 레슨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상황은 이랬다.
의뢰인 W사는 외주 업체인 P사에 제품개발을 맡겼다. 대부분의 제품개발이 그러하듯 개발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W사는 제품이 정해진 날짜에 출시되어야 한다. P사는 자꾸 개발담당자가 바뀌고 제대로 된 팔로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W사는 P사에 강력한 요청을 하는 통보서를 보내기로 했고 그 작업을 최 변호사가 담당했다. 이번 통보서는 W사가 보내는 첫 통보서이기에 법률사무소 명의가 아닌 W사 명의로 보내기로 했고, 문안 작업만 CDRI(기업분쟁연구소)가 도와주기로 했던 것.
사실 선배가 후배에게 뭔가를 지적하거나 가르치려 할 때 후배의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선배의 지적에 방어적인 후배들이 있다. ‘아, 그건 그런 것이 아니구요.’라면서 자신을 변명하기에 급급하다면 선배로서는 지적을 하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솔직히 지적하기 좋아하는 선배가 어디 있으랴. 지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후배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최소아 변호사의 자세는 아주 훌륭하다. 지적을 해도 항상 웃는 낯으로 받아들이고 꼭 말미에는 ‘선배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끝맺는다. 그러면 가르쳐주는 선배도 신이 난다.
“유 변호사님, 이번 통보서는 제가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할까요? 배우겠습니다.”
캬. 첫 멘트 감동이다.
유 변호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응, 최 변호사. 역시 잘 썼어. 꽤나 난해한 IT 용어들도 많았는데 잘 소화해서 아주 핵심적으로 정리했더군. 그런데 한 가지 알려주고 싶어서. 최 변호사. 이 통보서를 보내는 W사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나?”
“음... 지금 개발이 지연되어 전체 계약이행 일정이 늦어지고 있으니 이를 독촉하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그래. 그럼 상대방인 P사가 이 통보서를 받았을 때 ‘아... 빨리 이행해야겠구나’라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
“네, 그래서 나름대로는 강하게 쓴다고 썼습니다만.”
유 변호사는 후배들이 작성한 각종 서면에 한 두 줄을 추가하면서 그 서면의 파워를 보강하는 일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화룡점정이라고나 할까.
“최 변호사. 이 건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와 유사하게 상대방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을 때 빠른 이행을 독촉하기 위해서 어떤 문구를 쓰면 유용할지에 대해 팁을 하나 줄게. 민법의 특별손해 규정을 활용하는 건데 말이지...”
(6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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