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가 탈옥했다. 교도관의 총까지 탈취했다. 그는 햇빛이 강렬하다는 이유로 아무 원한도 없는 사람을 쏜 살인범이었다. 그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고, 살인 당시도 여자친구, 친구 무리와 함께 휴가 중이었기에 프로이트의 후계자들도, 집시들 사이에서 은밀히 영향력을 행사하던 주술사들도 그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았다. 재판 동안 두리번거리며 하품을 해댔다. 교도관은 그가 사형 일을 기다리는 일을 지겨워하고, 지겨워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한다고 전했다. 탈옥한 그가 누구에게라도 총을 겨눌 것이라는 불안이 거리를 집어삼켰다. 그가 갇혀 있던 감옥에서 이 마을은 수 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도, 사람들은 서둘러 귀가했고 상점들은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나는 그의 팬이었다. 그와 관련된 모든 기사를 스크랩했다. 그는 삶의 무의미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무의미해지는 성령 같았다. 나는 그의 사형 일을 기다렸다. 가능하다면 참관하고 싶었다. 사형 직전의 그의 얼굴에서라면, 이 세상에 없는 내 얼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거울 속에 있는 내 얼굴이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노화는 아니었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은 노화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매일 똑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 특별한 이유가 되는 순간을 가졌던가? 무의미와 무의미가 결합되면 의미가 될 수 있는가? 인간관계로 의미를 위장하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경멸을 동시에 퍼붓는 만큼 그가 그리웠다.
그는 갑자기 내 일이 되어버렸다. 그의 도주 경로로 우리 마을이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로 꼽혔다. 그가 몸을 의탁할 만한 여자 친구 마리가 지금 우리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의 살인 사건 이후 마리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무장 탈옥수가 돌아오기 유력한 집을 감시하는 데 배정된 인력이라고는 나와 신입 애송이가 고작이었다. 인원 충원을 요청했지만 서장은 ‘자네는 베테랑이지 않은가!’라며 내 경력을 자기 편하게 사용했다. 나는 그가 아니라 피로를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아는 그는 마리 때문에 탈옥할 사람도 아니고 살인 이전으로 회귀할 위인도 아니었다. 만약 그런 이유에서 이쪽으로 온다면, 그는 내가 기다리는 뫼르소가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서 그를 검거해봤자 나는 또 경찰 역할을 수행하면서 내 얼굴을 성실히 잃어 간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경찰이 되고 싶은 적 없었다. 밥벌이를 좇다보니 강력계 경위가 되었고, 올해 경감 승진 1순위다.
나는 은행원이 되고 싶었다. 은행에서 통용되는 숫자의 질서가 좋았다. 숫자는 맥락이나 감정 없이, 오직 참과 거짓으로만 존재하는 진실 근처의 밥벌이였다. 숫자의 확실성을 오차 없이 완성하고 나면 신이 지구를 완성하고 나서 태운 담배 맛이 날 것 같았다.
그 담배 맛을, 경찰이 되고서는 담배가 늘었지만, 단 하루도 맛보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사건들은 각자의 사정을 호소했고, 호소와 호소는 각자의 맥락 속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닌 채로 뒤엉켰다. 가해자의 안쪽에는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의 안쪽에는 다시 가해자가 있었다. 참과 거짓의 경계가 뭉개지며 각자의 감정이 육즙처럼 흘러내렸다. 매일이 불완전-불확실의 진창 속으로 침몰되는 기분이었다.
잠복 전에 세면도구와 라디오를 가져 오려고 마을 변두리에 위치한 숙소에 들렀다. 문을 열자 안쪽에서 총알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깡마른 사내가 나를 겨누었다. 낯이 익었지만 누군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안으로 들어가며 발로 문을 닫았다. 그에게서는 범죄의 긴장감도, 강도 특유의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공에도 표정이 있다면 저런 얼굴이겠구나 싶었다.
“뫼르소?”
“아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는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나는 맥이 빠졌다. 나야말로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그는 이곳으로 와서는 안 되었고, 더군다나 아들이 보고 싶다니. ‘뫼르소’라면 몰라도 범인(凡人)의 얼굴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총구를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신문 기사와 달리 그가 탈옥한 것은 닷새 전이었고 우리 마을에는 어젯밤에 들어왔지만 순찰 때문에 마을 중심까지 가지 못했다. 마리는 최근에 아들을 출산했다. 그가 나를 찾은 이유는 경위라는 직책이라면 어떻게든 마리와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는 총을 내 발치에 던졌다.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살고 싶었습니다. 이 변절이 그다지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직접 사형집행을 하시든, 도와주시든 경위님 마음대로 하시지요.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겁니다. 다만, 이대로 연행만은 말아주십시오. 사형을 기다리는 것은 제가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겁니다. 저 자신에 대한 무의미를 선고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경위님은 탈옥수를 욕하실 수도 있고 탈옥수를 사살하실 자격은 있으셔도, 그 어떤 인간에게도 무의미를 선고하실 수는 없으십니다.”
“……자넨 뫼르소가 아니야.”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리와 아이는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어 아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투 갖다 대었다. 만지지도 못한 채 숨소리만 듣다가 몸을 일으켜 멍하게 아이를 바라봤다. 울음이라도 쏟을지 알았는데 평온했다. 맞은 편 건물 유리에 반사된 햇빛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빛났다. 저 얼굴 때문에 탈옥하는 것은 정당할까? 대체 언제까지 그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인가? 활짝 열린 창문에서 오후의 건조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로 그때였다. 모든 것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 나의 온몸이 이완하면서 나는 총을 느슨하게 거머쥐었다. 나는 나를 향해 쏘듯이 방아쇠를 당겼고, 권총 자루의 미끈한 배를 만졌다. 그리하여 짤막하고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기가 깨서 울었다. 가슴에 총을 맞은 그는 아기 위로 얼굴을 묻었다. 잠을 깬 마리가 아기를 끌어안고 쓰러진 그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소리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듯했다. 바람이 얼굴을 쓸어줬다. 건너편 창에 흥분한 애송이가 보였다. 나를 부르는 듯했지만 녀석의 환호는 총소리의 여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료들의 칭송, 기자들의 호들갑, 시민들의 경외가 닥쳐올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쓰러진 그의 몸뚱이에 다시 네 발을 쏘았다. 총알은 보이지도 않게 깊이 틀어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최연소 경감을 확정짓는 왜소한 직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