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모름으로써 아는' 존재
"엄마는 녹색 어머니 왜 안 해?"
"내가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그냥 서서 깃발만 이렇게, 이렇게 움직이면 되는데 왜 못해?"
"내가 거기 서 있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니?"
"어떻게 생각하긴. 녹색 어머니 하는 줄 알지."
"다리가 이런데?"
"가만히 서 있는데 누가 알아?"
“할머니, 힘들어요?”
“응?”
“할머니 빨리 이쪽으로 엉금엉금 기어 오세요.”
"나중에 해님이가 할머니 다리가 왜 그래? 그러면 어쩌지?“
"내가 그렇게 물은 적 있어?"
"없지. 착해서."
"착해서가 아니라, 난 그냥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내가 엄마에게 녹색 어머니까지 하라고 했잖아.“
”엄마, 나중에 해님이가 엄마 머리는 왜 꼬불꼬불해? 라고 물어보면 어떡해?“
”파마해서 그렇다고 하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그것 봐. 걱정할 일 아니잖아. 엄마 다리도 똑같아.“
몰라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 사람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편견 없이 볼 수 있다면 우리 사이는 꽤 달라졌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