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골길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도망간 의주길 위에 있다. 집 옆 가로수에 노란 리본으로 의주길이라고 적혀있다. 이 길을 따라 좀 더 가게 되면 널빤지를 대문으로 쓰던 마을, 널대리가 나온다. 선조가 임진강을 건너 도망가게 하기 위해 대문을 뜯어 다리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사는 마을. 왕을 따라 피난을 가려고, 왕이 건넌 후 강을 건너려 하자, 왕이 그 다리를 무너뜨린 마을.
#한자어로 판문점
선조의 ‘도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또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도망에 대해서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쟁에 왕이 잡히면 더 큰일이란 이야기다. 도망 이외에 행적들에 대해서 비판도 많았지만, 결국은 ‘도망’이라는 행동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진 않았다.
선조는 의외로 매우 명민하고 검소한 사람이었고, ‘붕당정치’라는 세련된 정치로 그 시대에 좋은 인물들도 많이 배출하였다. 임진왜란 전에는 좋은 임금이라는 평도 꽤 있었다. 어찌 보면, 임진왜란만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미움받진 않았을 것 같다. 그의 행적이 모두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널빤지 이야기만 들으면 욕지기가 나온다. 그러나 싫은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조금 복잡해졌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를 평가하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옳고 그름의 잣대는 사람에게 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누군가를 더 알아갈수록 그에게 ‘이치’를 따지기 힘들어졌다.
#명탐정 코난 #쿠도 신이치 어디 있는 거야
선조가 나와 다르지 않은 ‘한 인간’으로 보였다. 다른 왕들에 비해 수저가 달랐기에 출신에 얽매이고, 시대적 배경에 뒤뚱거리고, 해야 할 일들은 많은데, 해결한 순 없고. 해결은 고사하고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뒤뚱거리는 내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 모양만 다르지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도망가고 싶고 도망가기 싫고. 그러나 내 맘대로 도망갈 수도, 도망가지 않을 수도 없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