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시점 태그 소설
말을 많이 했더니 허무하다 마음이 빈 느낌이다. 뒤통수에 블랙홀 같은 구멍이 뚫려 다 날아가버린 기분. 뭔가 휑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뭘 그렇게 쓸데없는 말까지 꾸역꾸역 끄집어서 이야기했을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흘러나왔다. 예전 어떤 선비(?)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아끼라고 하였는데, 나처럼 허무감에 시달려서 그랬나?
#옛말 그른 게 없..
친구를 만났다. 예전 회사 동료다. 회사 동료라도 이렇게 만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맛집을 찾아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취미가 같은 친구다. 이성친구도 취미가 같아야 오래간다던 제, 동성친구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자주 만나는 사이이다(친구를 자주 안 만나는데 그나마 자주 만나는 사이다). 벌써 10년이 넘은 사이다. 그 친구와 만나 초밥 뷔페에 가서 음식을 취한 듯이 마시고, 취한 듯이 수다를 떨었다. 술도 안 먹고 취한 듯이 수다를 떨었더니 집에 가는 길에 낯부끄러웠다.
#취중 수다
이렇게 많이 말하면 허무해진다. 사람과의 수다가 그리워 수다 욕구에 매번 시달리지만, 그 욕구만큼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뒤통수에 구멍이 뚫린 듯 허탈해진다.
초밥이 너무 먹고 싶어 배 터지게 먹고 나면 만족감보다 뱃속의 거부감만 가득하게 되는데, 수다도 그랬던 것일까. 적당할 때 멈췄어야 하는데 맘속이 거북할 때까지 말이 많았다.
#먹는 거나 말하는 거나 적당할 때 멈출 수 없어
질리게 먹으면 당분간 그 음식이 먹고 싶지 않은 것처럼, 질리게 말을 하였으니 당분간 말하기가 싫어지려나. 돈이 아쉬워 뱃속에 초밥을 넘치게 넣은 것처럼, 수다가 아쉬워 넘치게 말을 하였나 보다. 친구와의 수다가 고팠나 보다. 어디에 소속되고 싶진 않지만 소속감을 갖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진 않지만, 친구가 필요했다. 외롭지만 혼자 있고 싶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요상한 감정은 뭘까.
#게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