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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요 Oct 29. 2020

<오봉골 인스타> #14. 글 II

1인용 시점 태그 소설






 한 달쯤 지나, 저녁에 직장인들이 하는 글쓰기 수업을 들어서 꾸역꾸역 과제는 간신히 적어 갔다. 그러나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쓰기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누가 억지로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괜스레 도망가고 싶었다. 내 머리가 거짓을 늘어놓을 때는 있어도, 몸은 정직했다. 이토록 하기 싫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단순히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왜 이리도 글을 쓰기 힘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타고난 ‘게으름뱅이’다. 어려서야, ‘잘한다, 잘한다’하니까 그 맛에 우쮸쮸 정신없이 일하고 공부했지만, 이젠 싫다. 이미 내 생애에, 해야 할 돈벌이는 다 해 버린 기분이고, 맺어야 할 관계들도 넘치게 만난 기분이다.  일하기 싫다. 그런데 글 쓰는 것도 ‘일’이지 않은가. 그래서 몸에서 이미 눈치채고 파업을 한 것일까.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근래 모두 잃어버린 ‘간판’을 다시 따는 일이었다. 이젠 어떤 대학의 졸업생도, 어떤 회사의 직원도, 어떤 가게의 주인도 아니다. 어떤 남편이나 아이도 없기에 누구 아내, 누구 엄마도 아니다. 누구 딸이라 부르기엔 너무 늙어버린 요즘, 나는 ‘그냥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다시 번듯한 명판을 찍는 일에 꽤나 구미가 당겼다. 게다가 이 간판은 한번 따면 죽을 때까지 간다.   

 사행심이 풍부한 나에게, ‘작가’, 즉 ‘신춘문예’는 로또 같은 매력이 있었다. 한 번도 된 적이 없으면서 살 때마다 1등을 상상하는 로또. 은행에 쟁여 놓고 맛있는 고기 사 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로또가 여기에도 있었다. 로또 같이 돈은 못 벌어도 마음 한 구석에 그럴듯한 명함 한 장 꽂는 것은, 항불안제보다 효과가 좋을 것 같다. 글 쓰는 것에 인생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도박사의 마음이 생겼다.

#전두엽 활성화  



 ‘해야만 하는 것’이 진저리가 나서 ‘아님 마는 것’들을 쫓으며 살고 있지만, 솔솔 내 생애에 ‘해야만 하는 것’, 하나쯤 다시 가져보고 싶어 졌다. 그 해야만 하는 것에 ‘글 쓰는 것’이 들어간다면 꽤나 매력적일 것 같다. 

 그런데 왜 갑자기 쓰기 싫어진 것일까. 이렇게 많은 번듯한 이유가 있는데, 왜 쓰긴 싫어진 것일까. 부담감이 드는 것일까. 또다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에 겁부터 나는 것일까. 왜 뭔가에 뽑힌 사람들만 작가로 인정해 주냐는 어깃장이 이제야 드는 것일까.

 #그러면서 나는 왜 브런치에 응모를 하고 있을까  



 글을 쓰면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식당에서 혼자 1인용 밥을 먹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외롭지 않은 것처럼 글을 쓰면 1인용 삶을 살아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타이틀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살고 싶다. 예술가이지 않은가. 날 '동정'의 눈빛이 아닌 '그러려니'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지 않을까. 정신줄 놓고 살아도 예술가잖아 라고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러면 고독이 고립으로 변신하지 않을 것 같은데, 착각일까.

#착각은 자유



출처 죄송합니다 못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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