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아파트를 처음 지을 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웃천막 앞 쪽 멀리 보이는 곳에서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였다. 소리가 나는 곳은 낮은 산비탈이 있는 곳인데, 그곳에서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무언인가를 실어 나르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산을 파헤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큰 공사를 하는 것은 분명했는데 무슨 공사를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끔 ‘꽝!’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그리고 잠시 뒤에는 큰 집게를 가진 차가 바위를 움직이는데 그럴 때마다 ‘끄릉!’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하얀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그곳에 집이 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집은 시내에 있는 건물들처럼 옆으로 길게, 그리고 위로는 무려 6층이나 되는 높이로 지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아파트라고 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사람들이 건물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공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파트는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높이가 점점 달랐다.
“우리 아파트에 놀러 가자.”
같이 놀던 아이들끼리 호기심이 발동했다. 족히 아이들 걸음으로 삼사십 분은 걸릴 거리였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할낀데.”
“괜찮다. 금방 갔다 오면 된다.
"우짤래?.....”
“그래 알았다. 한 번 가보자.”
옆에서 황구가 말소리를 알아들었는지 꼬리를 흔들며 컹컹 짖었다.
아이들은 산을 내려와서 아파트로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 길 옆으로 파릇파릇하게 쑥이 자라고 있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 몇 분이 쑥을 뜯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르르 아이들이 산에서 내려오니 놀란 눈치였다.
“너그들 어데가노?”
“아파트 구경하러요.”
“아파트?.....”
“야.”
“거기 뭐할라꼬?”
“그냥요?”
“애들도 참 별시럽네.”
어른들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해 보였다.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뒤로하고 아파트로 달려갔다.
아파트 공사장에는 얼추 하루 일이 다 끝나 가는지 아저씨들이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 큰 흙 색깔을 한 건물들이 보였다.
“우와!”
상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쳐다봤다.
“우리 한번 들어가 보자.”
“아저씨들 알면 혼날긴데.”
“조금만 있어봐라…….”
눈치 빠른 준철이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아이들은 공사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준철이가 보내는 신호만을 기다렸다.
“됐다. 가자.”
아이들이 우르르 아파트 앞으로 달려갔다.
“쉿. 조용히 좀 해라.”
“알았다.”
아이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안은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그런지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밝았다.
아파트는 길게 복도가 있었고,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줄을 지어서 지어져 가고 있었다.
“와! 여기도 공중화장실이 있네.”
성철이가 오줌이 마려운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었다. 그러자 아이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바지춤을 내리고 나란히 서서 오줌을 누었다.
“히히 우리가 제일 먼저 여기서 오줌 눈다. 그자.”
“그래, 우리가 주인이다. 히히.”
아파트는 아직 공사 중이라서 그런지 안에는 아직 별 다른 게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살면 비가 와도 비가 새지 않아서 좋을 것 같았다. 겨울에 화장실에 가도 엉덩이가 시리지 않을 것 같았다. 큰 바람이 불 때면 지붕이 날아갈까 봐 마음 졸일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비가 와서 비 새는 천장 아래로 바가지며 세숫대야를 바치면서 물난리를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파트가 참 좋아 보였다.
창문 너머로 멀리 산동네 우리 동네가 보였다. 엉금엉금 해가 지더니 금방 어두워졌다. 웃천막에도 불빛이 보였다. 밝지는 않지만 아주 흐리게 노랗고 빨간빛을 내면서 불이 켜졌다. 우리 동네에는 전기 대신 호롱불이나 호야 불을 켜서 불을 밝혔다.
아이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아파트를 구경하고 난 후에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아파트가 시커먼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는 누가 거기서 살까 궁금했다.
“엄마! 우리도 아파트 가서 살자.”
“어데?”
“아파트 말이다”
“아파트?.....”
“응. 아파트에 가보니까 좋더라.”
나는 저녁을 먹은 후 누워서 엄마 무릎을 베고 물었다.
“나중에 우리 돈 많이 벌면 가자.”
“나중에?”
“응. 나중에….”
엄마는 바느질을 하시면서 피식 웃었다.
아파트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가서 사는 곳이라고 했다. 부자들이 가서 산다고 했다. 우리 반에 친구 누구도 아파트에 가서 살 거라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부러워했다.
아이들은 그 후에도 이따금 아파트 구경을 갔다. 아파트를 짓는 공사장 주변에는 아이들이 전쟁놀이에 사용할 나무칼을 만들기에 좋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아저씨들 몰래 많이 주워 왔다. 긴 밧줄에 매달려 아저씨가 아파트 벽에 뼁끼(페인트)로 크게 숫자를 그렸다. 그리고 ‘○○아파트’라고도 썼다.
비마 오면 아파트 생각이 났다. 겨울에 물통을 들고 우물물을 길으러 갈 때도 아파트 생각이 났다. 웃천막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에 가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났다.
황구가 컹컹 짖었다.
황구도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