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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힘을 낸다면 내가 뭘 못하겠니

갈대 같은 너, 아프지 마라

by 이대영

왠지 수척해 보이고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네 표정에서 아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쯤으로 알았지. 이래 봬도 나, 눈치 백 단이잖아. 너를 옆에서 오랫동안 봐 온 내가 왜 널 모르겠니.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네 표정을 너만 모르는 것 같더라. 숨긴다고 어디 숨겨지겠니. 넌 감추는 건 꽝이잖아. 그래서 애들이 하는 마피아 게임도 못하잖아. 마피아인 것을 숨겨야 하는데, 네 표정을 보면 모두가 다 알아. 넌 마피아였거든. 넌, 그래서 게임에는 안 어울려, 지금 이것도 숨기지 못하잖아. 넌, 천상 마피아야.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라. 네가 강철이 아닌 이상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게 너 다움이고 너 자신이야. 너 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한단다. 너는 마음은 항상 아이야. 그래서 웃는 게 순진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 덕에 다른 짓 하려다가도 너를 보고 멈추게 되지. 너는 돌멩이 가득 채워진 묵직한 깡통이야. 건드려도 툭툭 소리만 나지. 빈 깡통 소리는 안나잖아. 넌, 우리와는 달라, 약해 보이는 네 모습과는 다르게 그게 네 매력이야. 그래서 친구들은 다들 네가 좋다고 하더라. 그게 네가 힘을 내야 되는 이유야.


안에만 있으면 바깥을 모른다며 넌 바깥으로 돌아다녔지. 돌아와서는 그랬지, 우리 보고 우물 안 개구리라고. 우리에게 '나마스테' 인사를 가르쳐줬지. 그리고 한동안 만나면 우리는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나마스테' 말만 했지. 넌 그렇게 우리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야. 넌 강해야 돼. 너를 가리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라고 하지만 넌 아름다움을 보여줬어. 붉게 물든 석양 노을을 등에 지고 말이야.


너에게 모든 것을 다 줘도 괜찮아. 네가 아프지만 않으면 난 좋겠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생활이 힘들다고 너무 생활을 이기려고 하지 마. 그러면 너무 지친단다. 내가 늘 그러잖아. 힘들면 쉬어가라고. 그렇다고 늘어지지는 말라 그랬지. 그러면 게을러진다고. 넌 불평 없이 천천히 잘 해내더라, 넌 충분히 잘해 낼 줄 알았지. 지치지 않는 뚝심하나는 알아줬지. 모두 샛길을 찾을 때, 넌, 천천히 걸으며 바른 길로 빙빙 돌아왔지.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나도 알아. 세상은 모두 박사만 사는 것 같아. 그래서 시끄러운 거야. 이럴 때 네가 한번 나서줘야 해. 이게 네가 힘을 내야 하는 이유야. 나도 소중하지만, 너도 나 만큼 소중해. 그러니 아프지 말아야 해. 이건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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