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푸드트럭, 벨렝 탑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벨렝탑 사이 거리가 좀 있어서, 트램을 타고 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트램에서 내렸을 때는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바로바로 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구글 맵으로 쭉 혼밥 하기 좋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보다, 목이 말라 근처 대형 슈퍼에서 마실 물을 하나 구매했다. 그렇게 다시 식당을 찾아봤지만 결국 마땅한 선택지를 얻지 못했다. 사실 아직까지는 현지 식당에서 홀로 밥 먹는 걸 시도하기 좀 무서운 것도 있었다^_^
뭐 먹지...... 하다가 저 멀리에 의자와 야외 식탁, 그리고 음식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 있길래 가봤다. 그곳엔 피타빵 샌드위치를 파는 푸드 트럭이 있었다.
https://maps.app.goo.gl/UrzikK9AV7TsXx1r5
주문을 하면 나중에 음식이 완성될 때 이름을 불러 받아가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치킨 피타 샌드위치를 시켰다.
피타 샌드위치를 먹은 건 생애 처음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크림과 고기, 감튀, 토마토의 조화가 이색적이었다.
먹으면서 우리나라의 푸드 트럭이 생각이 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푸드트럭이라고 하면 주로 ❶축제 때 오는 푸드트럭(닭꼬치, 구운 초밥, 오레오 추로스 등을 팖)이나 ❷가끔씩 생겼다 사라지는 타코야끼 트럭, 혹은 ❸과일 파는 트럭 등등을 접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리스 음식을 길가에서 팔고 있다니! 나라마다 다른 푸드 트럭이 있는 걸까? 음식 문화도 인접국에 따라 변화하는 걸까? 여러모로 신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쉽게 그리스식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게 새로웠다.
빵을 다 먹고 벨렝탑이 있는 곳으로 갔다.
벨렝 탑은 빈 공터에 쓸쓸하고 고독하게 서있기보다는, 바닷가 공원에서 해양 저편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 근처를 산책하는 사람도 많았다. 파인애플 주스를 파는 작은 노점상도 있었다.
글을 쓰면서 이 탑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 건물은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1500년대에 지어진 요새라고 한다. 대항해시대에는 리스본과 그 관문을 방어하는 게 필요했는데, 그때 포르투갈의 왕들이 건축을 지시했다고 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마누엘 양식을 반영했다. (참고: https://www.patrimoniocultural.gov.pt/pat_mun/torre-de-belem/)
이 탑을 겉에서 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안에 들어가려면 따로 줄을 섰어야 한다. 그리고 보니까 내부 수용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걸 또 조절하는 듯 했다. 근데 기다리는 줄이 진짜 길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탑 안에 안 들어가 보고 주위만 어슬렁거리다 가는 건 좀 아쉬워서 나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내 앞에는 프랑스어를 쓰는 중년의 부부가 있었다.
진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입장 직전의 순간이 도래했다. 근데 이때 내가 착오한 게 있었다. 나는 그냥 리스보아 카드만 들고 있으면 직원이 그걸 보고 들여보내주는 줄 알았다. 근데 내가 카드를 직원에게 보여주니 이걸로는 안되고, 리스보아 카드로 저 앞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아까 여기 올 때 봤던 매표소로 뛰어갔다(사실 그때도 '여기서 (표를) 끊는 건 리스보아 카드 없는 사람들뿐이겠지~'하면서 지나갔었다). 그렇게 리스보아 카드 보여줘서 입장표를 받은 후, '음 여기 경치 좋다~'하면서 천천히 도로 걸어갔는데, 보니까 내 뒤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입장하지 않고 전부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한 마음을 안고 서둘러 뛰어갔더니 직원이 "Sorry, lady."란 말을 하곤 나를 입장시켜 줬다.
내려오면서 잠깐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발코니 같은 곳으로 향했다. 거기서 모르는 분에게 부탁해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또 내려오다가 아까 오지 않았던 미지의 공간을 발견했다. 대포가 여러 개 놓여있었고, 그들의 주둥이가 전부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탑 내부에서 나왔다. 왼편에 돌로 된 벤치가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잠깐 앉으려고 했다.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바로... 아일릿의 cherish?! 고개를 드니 저쪽에서 케이팝 댄스팀이 댄스 커버 영상을 찍고 있었다. 타지에서 갑자기 케이팝을 마주하게 되어서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홍보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일행 중 한 명이 어떤 판넬을 들고 내 앞쪽에 있던 행인한테 "Are you Korean?"이라고 물어봤다. 속으로 '한국인 여기 있는데'라고 생각했다.
https://youtu.be/b5-Q0U45Vv0?si=okQtQnzIJ_CInsk4
이제 바이샤 지구로 간다.
구글맵이 푸드 트럭 근처에 있는 정류장으로 가라고 해서 분부를 따랐다.
(다음 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