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도전!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 먹기

churrasqueira do marquês

by 장수연

원래는 여행 계획이 다 있었다.


2024년 11월 9일 수요일. 한국에서 짜둔 일정표에 따르면, 오늘은 리스본 근교 여행이 예정된 날이다. 리스본 근교 중에서도, 포르투갈 여행지로 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하는 신트라+호카곶+카스카이스를 가기로 했던 날이다.

(4화에서야 공개하는) 한국에서 짜뒀던 여행 일정표. 우선 가고 싶은 근교지나 하고 싶은 일은 다 써두고 그날 상황에 따라 조금씩 일정을 변경했다.
리스본 중심가로부터 왼쪽으로 쭉 가면, 신트라 Sintra, 카스카이스 Cascais, 그리고 (초록색 깃발 아이콘이 있는 곳에) 호카곶(Cabo de Roca)이 있다.

저 삼총사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갔던 곳은 호카곶(Roca串, Cabo de Roca)이었다. 호카곶은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에 있는 명승지이자 곶(섭지코지, 호미곶 할 때 그 곶)이다. 내가 밟고 살고 있는 땅과 이어져 있고, 동시에 대서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니. 그리고 프롤로그에 써둔 여행의 동기처럼, 멀리멀리 떠나보고 싶은 나의 입장에서는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다른 두 곳은 좀 관심이 덜 갔다.

아무튼, 수요일 오전에 좀 늦게 잠에서 깨고 나서 이동 루트를 고민을 했다. 신트라를 가고 호카곶을 갈까, 아니면 카스카이스를 갔다가 호카곶을 갈까....

근데 숙소에서 신트라까지 가는 이동시간(약 2시간), 그리고 거기서 다시 호카곶까지 가는 이동시간(약 1.5시간)이 길어 보였다. 그리고 신트라에 있는 '페나 국립 왕궁'과 그 외 건축물에 대한 설명글을 인터넷으로 읽는데 왠지 흥미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좀 늦게 일어나서, 지금부터 신트라 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니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리고 대신해보고 싶은 다른 일이 하나 생겼는 데 그건 바로...


그런데 이제 '피리피리 치킨'이 먹고 싶어서


피리피리 치킨 먹기이다. 이전부터 쭉 피리피리 치킨을 먹고 싶었다.


Photo by Kolforn. 이미지 출처 | https://pt.wikipedia.org/wiki/Frango_piri-piri

Q. 잠깐, 피리피리 치킨(Frango Piri-Piri)이란?

A. 포르투갈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로, 구운 치킨 위에 피리피리 소스를 뿌린 요리이다. 주로 감자튀김이나 샐러드가 곁들어 나온다.


*위키피디아 '프랑구 피리피리' 페이지에 피리피리 치킨 사진이 있어 가져와보았다(오른쪽 사진).

**참고: https://pt.wikipedia.org/wiki/Frango_piri-piri


여행을 오면 꼭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색 있는 요리를 접해보고 싶었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대구 요리나 해물밥, 문어 요리 등등이 있는데, 해산물을 잘 못 먹는 나의 입장에서는 고를 수 없는 선택지였다. 근데 피리피리 치킨은 '구운 닭'에 '매콤한 소스'를 뿌린 요리이고, 이 매콤한 소스는 한국 식당에서 찾기 힘든 조미료이니 여러모로 끌렸다.


그래서 전날(그러니까, 11월 8일 화요일)에 숙소를 나서기 전에 안내 데스크에 있는 숙소 직원한테 숙소 근처에 피리피리 치킨 식당이 있는지 물어봤다. 아무래도 현지 사람이 인증한 맛집을 가고 싶었다.

“혹시 제게 좋은 피리피리 치킨 레스토랑을 추천해 줄 수 있으신가요? Could you recommend me some great piripiri chicken restuarant nearby hostel?"

라고 말했고, 답변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말 모른다는 식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곤,

“저는 그런 곳에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I’ve never been to that place.”

라고 했다. 어랏…, 피리피리 치킨…, 포르투갈의 특색 있는 음식이 아닌 건가? 아니면 '피리피리 치킨'이란 단어 대신 포르투갈 사람들이 따로 부르는 명칭이 있는 데 잘못 말한 건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답변을 들은 나는 풀이 죽었다.


그치만 마음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니, 모 블로거 분께서 '여기 구운 닭 요리가 정말 맛있다'라고 추천하신 리스본 맛집이 있어서 거기를 가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닭을 맛있게 먹고 호카곶 경치를 구경하러 가는 걸로 계획을 수정했다.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서 내려 식당까지 걸어갔다. 포르투갈에 처음 왔을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뭔가 버스에서 음성으로 안내방송이 안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화면으로 정류장 안내가 안 나올 때도 많았다. 그래서 구글 맵 속 나의 위치를 보면서 대충 어디서 내려야 할지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릴 정류장을 놓칠까봐 걱정되어서 좀 긴장을 했다.


마르케스의 슈하스케이라(Churrasqueira do Marquês)


https://share.google/Q1OXFcyXH6v7aP20E

바비큐 식당 '마르케스의 슈하스케이라'에 왔다.


<슈하스케이라와 슈하스카리아>

글을 쓰며 인터넷에 식당명 속 '슈하스케이라' 단어의 뜻을 검색하다가, '슈하스카리아'라는 단어를 맞닥뜨렸다. 이 두 단어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정말 헷갈렸다;; 정신을 붙잡고 다시 찾아보니

❶슈하스케이라(Churrasqueira): 포르투갈 바비큐 그릴. 조리도구.

❷슈하스카리아(Churrascaria): 브라질 바비큐 식당

라고 한다.

그리고 ❸슈하스쿠(슈하스코, Churrasco)는 두툼하게 썬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따위를 긴 쇠꼬챙이에 꿰어서 숯불에 구워 낸 요리라고 한다.


식당 입구
오늘의 요리(Pratos Do Dia)가 쓰여있다.

식당 안의 소리는 다음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와글와글 북적북적 웅성웅성. 사람들과 웨이터의 목소리, 그리고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가게 왼쪽에는 계산하는 줄인가, 음식을 포장하는 줄인가, 아무튼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식탁에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가운데 통로는 그래서 조금 비좁아 보였는데, 그 너머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잘 안 보였다.

처음에는 '한국처럼 입구 쪽에서 기다리면 종업원 분이 와주시는 걸까?'하고 기다렸다. 그치만 변하는 건 없었다. 그리고 식당 안에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없었고, 전부 가족 단위 손님인 것 같아 홀로 식사하는 게 쉬워 보이진 않아서 긴장했다.

일단 가게 입구 안쪽에 서 있는 스탠드의 메뉴판을 봤다. 난 닭을 먹으러 오긴 했지만, 혹시 다른 옵션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근데 이게 긴장을 해서 그런지 글씨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특히 오늘의 요리(PRATOS DO DIA)의 경우 영문 병기 없이 전부 포르투갈어로 쓰여 있어서 내용을 읽는 게 어려웠다.


<초스 지식으로 포르투갈어 메뉴판 읽어보기~.~>

이 때는 메뉴판 속 무자비한 포르투갈어 폭격(?)에 당황해서 메뉴판을 제대로 못 읽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스페인어랑 비슷한 포르투갈어 단어들이 보인다.

Carne / Carne (고기)

Peixe / Pez (물고기)

Pratos do Dia / Platos del Día (오늘의 요리)

Pessoas / Personas (사람, 인)

Sábado / Sábado (토요일)

Cerveja / Cerbeza (맥주)

어떤 단어는 포어 밑에 쓰인 영어를 보고도 뜻을 유추할 수 있겠다.


들어가는 게 쉬워 보이지 않은 식당의 인상은 어느새 낯섦, 그리고 어려움이라는 감상으로 바뀌어갔다. 그래서 '그냥 다른 식당 갈까' 생각도 해보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자'라고 생각을 바꿔먹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꾹 다짐한 채 나는 식당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렇게 한 건 잘한 생각이었다. 나는 다행히도 어떤 웨이터의 레이더망에 무사히 들어갔다. 그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혼자 왔냐는 수신호를 보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무사히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메뉴판을 가져다주셔서 그걸 찬찬히 읽어봤다. 구운 닭(Frango) 메뉴가 있는데 양을 봤을 때 반마리가 적당할 것 같아서, 닭 반마리(Frango 1/2)를 머릿속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그리고 야채를 먹고 싶어서 믹스 샐러드(Salada Mista)도 한 접시 시키고자 했다. 아, 그리고 메뉴판을 보는 동안 주변 상황도 관찰했는데, 종업원들이 전부 남자인 걸 보고 '바비큐 식당은 힘쓰는 게 필요한가?'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제 홀에서 주방으로 요리명을 전달하거나 그럴 때 주방 직원들과 종업원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는데, 그럴 때마다 식당 내부에 포르투갈어를 말하는 낮은 목소리가 웅웅 깔렸다. (+포르투갈 말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의 '돌아가는 모습' 영상을 참고해 달라)

메뉴를 다 골랐으니 이제 주문하려고 하는데, 혹시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회화말이 있을까 해서 회화책을 열어 열심히 봤다. 근데... 아무리 봐도 잘 못쓰겠는데 싶었다. 그리고 어느새 식탁 앞에 온 웨이터분이 웃으면서 '포르투갈어(쓸 거야)?'라고 물었다. 그래서 침착하게 '영어(쓸 거야)'라고 답했다.

음료는 아이스티를 달라고 했다.

요리가 나왔다.

맛있는 요리였다. 닭이랑 감자튀김이 같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저 밥이 진짜 맛있었다. 닭기름에 같이 볶은 걸까? 그리고 마치 찹쌀을 쓴 것처럼 쫀득한 게 맛있었다.

고기는 앞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포크랑 나이프로 잘라먹고 있었는데, 아까 그 웨이터 분이 내 모습을 보고,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장난스럽게 표현하면서(검지 손가락을 휘저었다) 고기를 손으로 들고 치아로 뜯어먹으라는 바디 랭귀지를 손수 보여주셨다. 그게 너무 웃겼고, 나는 분부를 따랐다.

소스도 짱많아

그리고 요리랑 같이 소스도 많이 가져다주셨다. 마요네즈, 케첩, 올리브오일, 소금 등등. 물론 그중에 피리피리 소스가 없어서 엄밀히 따지만 피리피리 치킨을 먹은 건 아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한 번 물어볼 걸 그랬다) 졸지에 그냥 포르투갈 식 닭구이 Frango Asado를 먹은 사람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포르투갈 현지 식당 요리를 먹어본 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외식을 이렇게 하는구나...'를 느꼈다.


그냥 식당 모습. 아, 종업원들은 모두 저렇게 하늘색 셔츠에 까만 바지를 입고 있다.
팁으로 1유로를 남기고 왔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레스토랑 혼밥 기념으로 팁을 두고 왔다. 원래 포르투갈 식당에서는 팁이 필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종업원 분의 환대와 친절에 감사했기 때문에 그랬다..!


밥을 다 먹고 식비를 내려고 하는데, 캐셔에 뜬 금액이 내가 주문한 요리 금액의 2배이길래 놀랐다. '아... 내가 메뉴판을 볼 때 손가락으로 잘못된 메뉴를 시켰나?', '아니면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인가? 아까까지 받은 친절은 그럼 뭐였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캐셔를 잘 보니까, 닭 한 마리 가격이 책정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점원 분께 나는 닭 반마리만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어깨너머의 식탁과 캐셔를 보시다가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두 손을 모으셨고 눈썹이 팔자가 됐다) 가격을 고쳐주셨다. 결국 다행히 맞는 금액으로 결제했다.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괜찮았다.


벨렝역으로 가는 길


'어제 다녀온 젤라또집이 분점도 있나 보다'하고 찍었다.
(타는) 차 박물관이 있었다.

벨렝 기차역


벨렝 역의 길고 거대한 육교

기차역으로 왔다. 기차역까지는 횡단보도 대신 위 사진에 보이는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걸어왔다. 아, 타는 방향을 착각해서 육교 타고 승강장을 건너왔다.

벨렝 역

(다음 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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