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센터럴파크 자전거여행
뉴욕 맨하탄은 그게 무엇이던, 그 무언가의 천국이다. 길거리문화, 쇼핑, 음식, 관광, 비즈니스, 물가(?), 심지어 반려견들까지도. 하지만, 자동차 여행이나 렌트카 운전만큼은 '글쎄올시다'이다. 심지어, 택시나 우버를 타도 4~5킬로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지만, 거리 마디마디를 메운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맨하탄 저~ 구석이 아니고선 예외는 없다.
역시 대안은 자전거.
로드바이크와 클릿은 잠시 벗어두고, 오늘은 시티바이크(Citi-bike)를 타고 '뉴욕 맛보기'다.
휴일 아침, 어제의 비즈니스미팅이 기대 이상 순조로왔던 탓에 더욱 산뜻하다. 센트럴파크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식 레스토랑 Cafe Sabarsky에서 브런치를 즐긴 후, 정말 백만년만에 메스토폴리탄 뮤지엄(MET)엘 둘러본다.
평소 좋아하던 작풍의 영국작가 터너(Turner)의 그림 몇 점도 우연히 바다건너 만난 반가움까지 나눈 후, 센트럴파크로 나선다.
시티바이크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뉴욕시내 곳곳에 마련된 바이크 스테이션(Bike Station)의 키오스크(Kiosk)를 이용해 신용카드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자전거를 선택해서 도크(Dock: 각 자전거가 잠긴채로 주차된 시설)에서 분리해 내면 되는데, 뮤지엄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느긋한 점심을 먹으며 미리 가까운 스테이션을 확인하고 계획도 세울겸 앱을 다운받아 설치했다. 앱이 있으면 스테이션 키오스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설치 된 앱에서 내 어카운트(이름,이메일, 전화번호로 간단하다)를 만들고, 원하는 Pass 종류(30분 라이딩, Day Pass, 등등)를 선택해서 신용카드정보 입력해서 지불하면 준비 끝.
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UX와 설계다. 뉴욕을 방문하는 다양한 방문객들이 쉽게 쓸 수 있을 법하다.
센트럴파크와 짧은 시내구간만 라이딩할 계획이어서 30분 짜리 Pass를 구매($3)하고, 앱 지도에 표시된 가까운 스테이션으로 향한다.
스테이션에 잘 도착했다면, 그곳에서 맘에 드는 자전거(같은 모델이지만, 신형/구형이 섞여 있다. 말끔한 녀석으로 고르면 된다. ^^)를 고르고, 좀전에 설치했던 앱에서 "Unlock a bike" 버튼를 클릭해서 Unlock Passcode 다섯자리(1~3까지의 숫자로만 이루어져 있다.)를 받는다.
이 번호를 도크 좌측에 있는 1,2,3 버튼을 이용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Dock의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자전거가 내 손에 맡겨진다.
이제 라이딩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출장을 함께한 동료와 함께 6.5킬로미터 정도 라이딩을 했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초과분은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자동으로 지불되니 번잡할 것은 없다. 나중에 앱에서 라이딩 히스토리를 확인해보니, 39분 라이딩이다. 지불 금액은 3.27불. 런던 보다는 조금 비싼듯하지만, 이 정도는 뉴욕이란 점을 감안하면 괜찮다. 집으로 돌아가면야 가지고 있는 자전거가 있어 기회가 없었지만, 서울에서도 이용을 한번 해보아야겠다.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그간 출장을 올 때 마다 센트럴파크는 아침 조깅으로만 조금씩 돌아보곤 했는데, 자전거로 전체를 한번에 두루 조망해 볼 수 있어 특별했고, 런던의 Hyde Park에서 영감을 받은 도심공원 계획으로 조성된 공원이라고 하는데, 분주하고 빠듯한 뉴욕 삶의 한가운데 위치한 '허파'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일텐데, 조금은 쌀쌀한 센트럴파크의 숲과 호수가 묻어나는 공기의 맛이 긴장을 풀어놓는다.
목적지 근처의 스테이션을 확인하고, 자전거를 빈 도크에 주차시킨다. 그냥 힘껏 밀어넣으면 위 사진처럼 녹색 라이트가 깜빡이면서 '잘 하셨어요' 라는 듯 신호를 건넨다. 그럼 끝난다. 앱의 푸시 메세지로도 자전거가 잘 도킹 되었음을 알려주는 친절도 빠트리지 않았다.
참, 오른 쪽 핸들의 엄지가 닿는 부분에 앞뒤로 회전시킬 수 있는 레버가 있다. 이 레버로 기어비를 조정할 수 있으니, 오르막, 내리막, 빨리 달리고 싶거나 할 때는 필요한 만큼 조절 가능하다. 물론, 한것 빨리 달릴 수는 없다.
도시를 느끼고 즐기는 것도, 자전거가 으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