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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Dec 06. 2021

엄마는 시인

엄마의 감성 충만한 시

엄마는 시낭송에 재미를 붙이셨다. 서정주의 ‘국화꽃 옆에서’를 분위기 읽게 낭송하셨다. 그러시더니 이번엔 직접 시를 쓰시기 시작하셨다.


“다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단풍 빛깔 떨어지는 낙엽은 비가 되어 주루룩주루룩 날린다

가을 쓸쓸함과 친구가 되어 걸어 본다 모두 좋은 날 되세요 ~^^”


“내가 시를 적어봤어.”


엄마의 카톡 메시지에 나와 내 동생은 엄마의 시에 박수를 보낸다. 엄마는 나에게 전화해서 시의 감상을 물으셨다.


[엄마] “시의 주제가 무엇인  같아?”

[나] “가을의 아름다움이에요?”

[엄마]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지. 시 대충 읽은 거 아니야? 다시 잘 읽어봐. 내가 설명해 줄게. 집에서 나오는데 단풍이 너~~ 무 아름다운 거야. 그러면서 가을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져서 썼지.”


엄마의 외로움과 감수성이 동시에 전해졌다. 엄마 홀로 친정에 지내시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느꼈을 외로움을 짐작해본다.


차마 꺼내기 힘들었을 ‘외로움’이란 단어.

엄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망설였던 ‘외로움’이란 단어를 엄마는 통쾌하기 이야기하신다.


난 수능 문제와 같은 언어영역 문제에서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낙방했지만, 시인과의 대화에는 성공한 셈이다.


엄마의 감수성을 살려 시화를 미리 캔버스로 만들고 동영상도 만들었다. 엄마의 자작시 낭송을 나름 아름답게 만들었는데, 엄마 마음에는 100% 들지는 않으신가 보다. ‘시가 너무 짧다, 사진과 글귀가 더 어울려야 한다’ 등 요구사항이 많으시다. 하지만 시인의 까다로움은 예술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이시기에, 열렬한 애독자로서 엄마의 창작 활동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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