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도 서러운
홍양이 왔다. 정확하게 28일 주기로 와 주는 홍양이 반갑다. 조기 폐경이 될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놀랐던지 인터넷에 여러 정보를 검색했다. 조기 폐경의 증상으로 생리 주기가 짧아진다고 한다. 다행히, 내 생리 주기는 아직 규칙적이다. 어찌나 고마운지. 다만, 혹시나 하는 임신의 기대를 무참히 부서뜨리고 홍양이 온다. 통증이 올 것이라는 예고하는 불편한 느낌과 함께 올 것이 왔다.
홍양이 찾아오면, 난 밤잠을 설친다. 새벽 2시, 새벽 4시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잠에서 깼다. 화장실을 들락 날락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너무 아파 잠에 들지 못하고, 유튜브를 튼다. 권** 크리에이터님의 영어 강의를 듣는다. 워낙 코믹하신 성격이시라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새벽 5시. 다시 잠을 청한다. 다행히 이번 통증은 지난달보다는 문안했다. 다행이다.
20대 후반부터, 난 홍양이 오면 유독 통증이 심했다. 너무 아파서 손, 발이 저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밖에 나가기가 힘들었다. 특히 추운 겨울이 되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통증에 더 괴로워하곤 했다. 그러던 중, 통증을 피하는 방법으로 '진통제'를 미리 먹어야 한다는 점, 액상형 진통제가 좋다는 점을 깨달았다. 진통제를 미리 먹으니 통증이 조금 잡혔지만, 여전히 불편한 아픔으로 집에 쪼그리고 누워있곤 했다.
학교에서 일할 때, 홍양이 찾아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홍양이 오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한번은 너무나도 아픈 통증을 참을 수가 없어서, 학생들 활동을 시켜놓고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한 학생이 걱정스런 얼굴로, "선생님, 아파요?"하고 물어봤다. "아니,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하고 말하고, 다시 날 진정시키고 겨우 일어나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는 길에 너무 아파서 주저앉아 버렸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조퇴를 신청하고 교무실에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리러 가다가 또 다시 주저앉을 뻔 했다. 아픈 배를 움켜잡고 운전해서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 따뜻한 물로 배를 진정시키고 누웠다. 아.. 조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휴직을 하니, 홍양이 와도 덜 부담스럽다. 아프면 바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홍양은 나의 임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할 텐데, 왜 늘 통증과 함께 찾아오는가? '삐뽀! 삐뽀! 임신 안 됬어요'라고 화려하게 신호를 주면서 말이다. 이번 달에는 '혹시나 자연 임신이 됬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이다. '내 몸은 임신을 할 수 있는 몸일까?' 또 시작되는 질문에 신만이 아신다고 답해준다. 나름 우문현답이다. 내 마음대로 어찌 생명을 오게 할 수 있겠는가?
시간이 조금 지나니 통증이 잦아든다. 덕분에 오늘은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산책도 했다. 이렇게 앉아서 우아하게 브런치도 쓴다. 참으로 고마운 것은, 홍양이 주는 통증은 기한이 있다는 것이다. 끝없는 고통이 아니라, 조금만 인내하면 통과되는 통증이라는 것이다. 출산의 고통에 비할 바 없겠지만, 홍양은 참으로 만만치않은 상대이다.
여성으로 태어나 홍양을 매달 맞이하는 일, 그리고 출산의 어디 비할 수 없는 고통과 육아의 고됨을 마주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두 팔 벌려 환영해 본다. 망설이다 다시 환영해 본다. 엄마가 힘든 가운데도 자녀를 키우는 것은 자녀로 인한 기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홍양이 고맙다. 매달 오는 홍양을 반갑게, 고맙게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