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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사이다 Jun 02. 2024

왜 내가 사과해요?

사과하세요

'검사님, 상대방이 사과만 하면 고소 철회하겠습니다.'

10억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말했다.

10억이나 사기를 당했는데 사과 한마디면 된다니?

나는 당장 피의자에게 전화를 했다.

"피해자는 사과만 하면 된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과 못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엄벌 탄원으로 인해 더 중하게 처벌받으실 수 있습니다."

"네, 다 책임지겠습니다. 그렇지만 사과는 못합니다."


나는 왜 사과가 힘들까?

나 자신조차 예전부터 유독 'A야, 네가 사과해'라는 말이 불편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리고, 왜 '사과'라는 자율권을 당신이 침해하는 거죠?

라며 더욱 반발심이 올라왔다.


초임시절, 법정에서 공판검사로 근무할 때 B판사가 나에게 함부로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은 변호사가 뽑은 그해 최하위 법관으로 뽑히기도 했다)

매일 소리를 지르고, 법정에서 증거기록을 던지기도 했다.

몇 개월을 참던 나는 결국 폭발했고, 밟히고 밟혀서 '꿈틀'했다.


당시 그는 피해자에게 "당신이 그러니까 당한 거예요"라거나,

피고인에게 자기 앞에서 껌을 씹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법정 구속을 하곤 했다.

나는 그에게 인권 침해적인 잘못된 행동이라고 법정에서 이야기했고, 법정 녹음파일 신청도 했다.

녹음 파일 신청이 거부당하자 재항고를 하기까지 하는 곤조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큰 관청의 원장님이 된 선배가 '너 되게 곤조 있다. 그래 검사는 그래야지'라고 말할 정도로 달려들었던 것 같다.


법정에서 본인이 제왕이라고 생각했던 판사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고, 나의 부장검사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곧바로 상사는 나에게 판사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한껏 억울해하며 절대로 사과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 후 그의 횡포는 점점 더 심해졌고, 나이 많은 변호인(사법시험 3회, 60년대 시험을 보신분이다)이 앉아서 증인신문을 하자 그에게

"이봐요 변호인, 다리에 장애 있어요?"

라고 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생각이 변한 내가 그에게 사과를 했고, 갑자기 그는 돌변하여 좀 더 젠틀하게 행동을 했다.

나는 그때 '나 하나 사과해서, 법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신은 '사과'를 무엇으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생전 처음 사과에 대해 고찰(?)해 봤다.

통상, 사과는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 내가 잘못했다는 느낌은 매우 불쾌하다.

마치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느낌이고, 이런 자책감이 쌓여갈수록 스스로가 부족해 보이고 자신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그래서 나는 때로 사과가 너무나 불편하다.


등불아래 참회하는 마리아


그러나, 검사일을 하며 사과가 반드시 사과하는 자의 잘못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A야, 네가 사과해'라고 했을 때 반드시 A가 잘못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상사의 입장에서는 법원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당연히 A검사에게 사과하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A검사의 곤조도 사태에 한몫했고.


사과는 사회적인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스킬이다.

상대가 기분이 나빴다면,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사과를 함으로써 그 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가고 상대의 마음도 풀어줄 수 있는 수단이다.

즉,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사과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상대를 품어주는 것이다.

지는 것이 이기 것이란 말처럼

사과는 상대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다.


참회와 자책은 다르다
미안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겠죠.

사과 한 번으로 우리는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연인이나 동료나 친구 간에 부디 오늘도 좋은 관계를 맺으시길 바라며.

그때 그 시절 판사님 부장님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미안합니다.

부족한 글 보여드려 미안합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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