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여행) 바스크 세계유산, 비스카야 대교

33/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스페인북부와 포르투갈편-4)

by 이경석

빌바오를 떠날 시간이다. 바로 고속도로에 접어들지 않고 북쪽으로 우회한다. 구시가에서 10km쯤 올라가면 대서양을 목전에 둔 네르비온 강 하구와 만난다. 강을 두고 오른쪽은 멋진 해변과 고급주택가들이 모인 게초(Getxo) 지역, 왼쪽은 급경사의 비탈길이 인상적인 포르투갈레테(Portugalete) 지역이다.


목적지는 강을 가로질러 두 지역을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다.


비스카야 대교(Vizcaya Bridge)라 불리는데,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일반적인 다리는 아니다. 약 50m 높이의 구조물에 매달린 곤돌라가 사람과 차를 싣고 양안을 오간다. 탑승시간이라야 고작 1분 30초지만, 놀이동산에 놀러온 듯 재밌다. 강 상류로 커다란 배가 드나들어야 하는 까닭에 나온 아이디어였단다. 이후 비슷한 다리들이 더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대부분 없어지고 이 다리만이 아직 사용중이란다.


압권은 곤돌라가 매달린 상부 구조물에 올라가보는 거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별도 티켓이 필요하다. 상부는 나무판자가 깔린 갤러리로 조성되었는데 판자들 틈 사이로 느껴지는 높이가 아찔하다. 하지만 전망은 끝내준다. 천천히 걷고 있자니 무려 130년 전에 지어졌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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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카야 다리 (2).jpg (사진6-10. 곤돌라가 작동중인 비즈카야 대교 ©이경석)
비즈카야 다리 (45).jpg (사진6-11. 비즈카야 대교 상부 갤러리 ©이경석)


이만한 규모의 다리를 전부 돌로 쌓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불가능이다. 돌은 자체가 엄청난 무게를 가진데다가 외부 충격에 강하지 않다. 바꿔말하면 철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다.


하지만 철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비법은 구조에 있었다. 돌이 아치구조를 특화시켰다면, 철이란 재료는 트러스 구조라는 최적화된 해법을 가졌다는 게 달랐다. 건축부재가 위에서 힘을 받아 지면에 전달하는 경로는 일정한 패턴을 갖는데, 그 경로에만 철을 붙이면 안정적인 구조물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경로가 아닌 부분은 비워도 문제 없으니 재료도 절약하고 무게도 줄였다.


퐁뒤갸르.jpg (사진6-12. 돌로 만든 아치가 인상적인 로마의 수도교, 퐁뒤갸르, 프랑스 아비뇽 인근 ©이경석)


그렇게 트러스 구조가 탄생하자 상상을 뛰어넘는 크기의 구조물이 가능해졌다. 그러자 건축물 정면을 중심으로 미적 조화를 추구하던 유럽 전통의 건축 영역에 구조만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만들려는 시도가 등장한다. 에펠은 그 선구자였고, 그가 만든 에펠탑은 그렇게 건축에서 구조역학 중심의 토목을 분리시켰다. 비스카야 대교를 만든 설계자도 에펠의 제자다.


철은 고대로부터 사용된 재료이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며 더 단단해졌다. 이 시기 철로 만들어진 3개의 다리가 ‘최초’의 타이틀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산업혁명을 쏘아 올린 잉글랜드 석탄산업 중심지, 콜브룩데일에 있는 아이언브릿지(Iron Bridge)는 1779년 건설된 세계 최초의 철교다. 석탄을 숯처럼 만들어 불순물이 없고 화력도 좋아진 코크스가 개발되자 품질 좋은 철이 대량생산된 덕분이었다.


(코크스의 덕은 맥주도 봤다. 이전에는 화력이 일정치 않아 맥아를 새까맣게 태운 탓에 쌉쌀한 흑맥주만 먹었지만, 코크스로 은은해진 불 덕분에 17세기 말 영국을 상징하는 향긋한 황금빛 에일맥주가 등장한 것이다)


텔포드여행-23.JPG (사진6-13. 아이언브릿지, 영국 콜브룩데일 ©이경석)


이후 1890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근에 건설된 포스 대교(Forth bridge)는 세계 최초의 캔틸레버교(캔틸레버는 지지대 없이 앞으로 쭉 내민 구조물인데,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도 구조역학의 힘이다)를 선보였고, 1893년 연이어 빌바오의 비스카야 대교가 세계 최초의 운반교로 등장했다.


1889년 에펠탑이 건립되면서 백 년 간 이어진 철의 건축적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 끝나자, 철은 이제 기둥없는 거대 스타디움부터 초고층 건축물까지 건축의 역사를 거침없이 새로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비스카야 대교는 이 세기적 전환을 기억할 인류의 성취물로 충분히 기념될만하다.


포스 대교.JPG (사진6-14. 포스대교,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근 ©이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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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이베리아 지도.png (이베리아 반도 지도와 이번에 여행할 곳들, 구글지도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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