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멈춰버린 손가락 사이로 시간만 흘러갔다.
오늘도 전송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였다.
한 번, 단 한 번이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괜찮아?’
하지만 그 문자는 보내지 않고 지워버렸다.
'괜찮아?’라는 질문 자체가, 우리가 지금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었으니까
그 문자를 보내면, 우리 둘 다 모른 척하고 있던 것이 드러날 것 같았다.
어쩌면 그 한마디가 그녀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스쳤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 문을 열지 않는 쪽이 더 나아 보였다.
나는 결국, 묻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이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에 기대던 마음.
하지만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감당할 용기가 없던 나.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는 척하는 침묵에 기대었다.
사소한 안부에도 웃으며 답해주던 시절,
“오늘 하루 어땠어?”
“피곤하지는 않았어?”
그런 평범한 말들이 우리 사이를 따뜻하게 채웠던 시간들이
이제,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침 식탁 위,
식지 않은 커피잔 옆에 휴대폰이 뒤집혀 있었다.
그녀의 다정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마음은 멈춘 시간 위를 부유하는 물결 같았고, 나는 그곳에서 발을 떼지도 못했다.
‘우리, 정말 괜찮은 거 맞지?’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마음 어딘가를 맴돌았다.
나는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사라진 건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불러주던 다정한 손짓이었다.
우리는 되돌아갈 길을 지운 채,
서로 다른 시간의 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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