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가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전국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9406477
삶이 벅차 도망치고 싶었던 날이 있다.
눈을 뜨는 것조차 두려운 아침
희망 없이 굳어버린 마음을 안고
그저 숨 쉬는 일조차 버거웠던 순간이 있다.
어느 날은 모든 걸 내려두고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곳으로
그냥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없이
존재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으로.
그만 멈추고 싶었다.
어차피 사라질 것 같은 무의미한 삶과
'괜찮다'며 웃어야만 했던 가면이
이제는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 모든 것들을 짊어질 힘도
더는 견딜 자신도 내겐 없었다.
세상으로부터도, 나 자신에게조차도
쫓기듯 내몰리던 그 날들.
도망칠 곳 하나 없이 절망 속에 갇혀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었다.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모든 의미가 흐려지던 그 자리에서
나는...
이제 그만 나를 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마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나약함만은 아니었다.
조그만 행복조차 허락되지 않는 세상
나 하나쯤 사라져도 아무도 몰라줄 것 같은
그 외로운 날들 속에서
나는 마지막까지 나를 붙잡고 망설였다.
끝내 놓지 못한 건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의지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아니었다.
그냥, 살아가기엔 너무 지쳐 있었고
무너질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
조용하게 사라지고 싶었지만
결국 실행하지 못했던 건,
그 절망밖에 남지 않은 그 순간에도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말도 안 되는 욕망
‘사랑하고 싶다’는 그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혹은 슬퍼할 누군가의 얼굴.
혹은 어딘가에서 다가올 것 같은 운명 하나.
혹은 단지 내가 나이길 바라는 그 순간의
놓지 못하는 숨결 하나 때문이었는지도...
‘힘내요’라는 말은
이미 힘겹게 견디고 있는 나에게
너의 힘으로만 버티라는 통보처럼 들린다.
위로라는 이름 아래
기대고 싶은 절박함을 알아주지 못한 채
그 무게를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하라는 말처럼 들리니까.
그래서 나는
위로의 말 대신 머무르는 공감을
힘내라는 응원보다는 쉼을 건네고 싶다.
당신은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슬픔과
그 어떤 희망도 남지 않은 절망 끝에 놓여도,
무겁게 부은 눈을 손바닥으로 눌러가며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시작했고,
차창에 비친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며
삼켜내고 견뎌내며 끝내 살아냈다.
당신은 그렇게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고
무너진 마음 위에
또 다른 상처를 덧대면서까지도
끝내 여기까지 걸어왔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고
포기하려던 그 순간마다
가슴을 쥐어짜며 이를 악물었고
내려지지 않는 무거운 숨을 붙들며 지켜냈기에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이다.
당신의 삶은
버티려고만 애쓰는 날들 속에서도
당신으로 남기 위해 묵묵히 걸어온 여정이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고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그런 날이 오면
그럴 땐 잠시 내려놔도 괜찮다.
숨이 가쁘면 잠시 멈춰도 괜찮다.
당신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날에도
당신이 그 무엇을 이룬 날에도
세상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으니까.
주저앉고 싶은 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건 너무 오래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삶이 건네는 작은 쉼표일 뿐이다.
삶은
더 나은 누군가가 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선택한 삶 안에서
당신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그렇게 당신은 오늘도 살아냈다.
세상은
빨리 간다고 더 멀리 닿는 것도 아니고
애쓴다고 반드시 더 잘 살아지는 것도 아니다.
기록보다 끈기를, 속도보다 방향을
누구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당신이 행복한 곳을 향해
느려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위해서.
그러니 오늘 하루는 조금 느려도 괜찮아.
한숨도, 잠시 멈춤도 괜찮아.
그럼에도 당신은 여기까지 왔으니까.
당신이 살아낸 시간은
지나온 시제 밖의 여백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니까.
#9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했던 그 문장.
지금 당신의 곁에 머물러줄 문장들이 책이 되었습니다.
#9의 베스트 에세이, 지금 전국 서점에서.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9406477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098182
[알라딘문고]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152502&start=sl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