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편 소설 시리즈
"똑똑. 아들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서투르게 페인트 칠 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사실 엄마가 깨우기 한참 전부터 나는 이미 깨어있었지만 나가기를 망설였다. 이불속으로 몸을 숨기고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출근하셨을까?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그래. 대충 세수하고 와서 앉아."
다정한 엄마의 말투에는 어딘가 단호한 어조가 느껴졌다.
"아 엄마 밥 조금만 달라니까."
"먹을 만큼만 먹고 남겨도 돼. 양념만 묻히지 말고."
"아빠는?"
밥을 욱여넣던 손을 잠시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애써 무심한 척 말을 던졌다. 아빠 얼굴을 못 본 지 벌써 여섯 달이 넘었다.
"아빠는 일찍 일하러 나가셨지. 당분간 계속 늦게 들어오셨다가 일찍 나가실 거야."
엄마의 시선이 비어있는 내 옆자리를 향했다. 나는 엄마가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지 느끼면서도, 그 이유도 알고 있으면서 내 고개가 무심결에 그곳을 향하지 않도록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아침부터 울고 싶지 않아.'
지난여름, 반짝이던 바다가 여섯 살 영우를 삼켜버렸고 우리 가족은 파도처럼 부서져버렸다. 나는 그날 어른이 되었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