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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12. 2021

열두 번째 촏: 경계

초 단편 소설 시리즈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 처음에는 그것이 단순히 편안함이라 여겼지만 이내 그 반복되는 만남에 얽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후 세 시. 그 남자는 잊지 않고 이곳을 찾아 항상 같은 주문을 했다. 계산대를 경계로 우리는 서로의 영역을 넘지 못했지만 세 시가 되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다는 그 느낌. 그도 분명 느끼고 있을 것이다.

  상냥한 인사말, 깨끗이 면도한 각진 턱, 말끔히 정돈된 눈썹과 손톱까지. 이곳을 찾아 나를 마주한다는 것이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두 시 오십칠 분.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와 내 앞에 선다. 윤기가 흐르는 입술을 벌린다. 어깨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나도 모르게 떼어줄 뻔했다. 하마터면 우리 사이에 약속된 경계를 넘을 뻔한 것이다. 혹여 그도 그걸 바라고 있지 않았을까. 그의 신호를 놓친 건 아닐까. 괜히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며 곁눈질로 나를 보려다 눈이 마주쳤다. 그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기분이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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