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편 소설 시리즈
매일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해 늦잠을 잤건만, 오늘 아침엔 이상하리만큼 몸이 가볍고 쉽게 눈이 떠졌다. 뭔가 달라진 건 확실했는데 침대를 빠져나오기 전까진 그게 뭔지 알지 못했다. 이불 바깥으로 살짝 몸을 돌리며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오른쪽 가장자리에 다리를 걸치고 의자에 앉듯이 몸을 바로 세웠다. 그렇게 잠깐 앉아 있자니 다리에 힘을 빼 늘어뜨리고 있는데도 따끈따끈한 발바닥이 방바닥에는 닿지 않을 정도로 침대가 높았다.
그렇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침대를 빠져나왔다. 거울, 거울이 어디 있었지? 화장실. 화장실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세 걸음 성큼 걸이면 도착했던 좁은 방구석의 화장실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다급한 마음에 내달렸는데도 어림잡아 열여섯 걸음은 뛰어간 것 같았다.
마침내 화장실에 도착했다. 까치발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너무나 놀라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거울 너머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보송보송 윤기가 흐르는 내 이마뿐이었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