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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18. 2021

열여덟 번째 촏: 바래다

초 단편 소설 시리즈

  이 집에서 벌써 7년을 살았으니 이젠 정말 이곳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구나 싶었다. 그런데 식탁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있자니 무심결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시선을 옮기다 뭔가가 시야에 들어온 뒤에, 전혀 그와 무관한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 계속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그런 대상 말이다. 결국엔 그 대상을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그런 것.

  내가 마주 보고 앉은 면의 벽지 위쪽에 미묘하게 변색된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 일부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시야각을 바꿔본다. 아내는 정성 들여 준비한 점심을 내가 일찍 마치고 일어나는 줄 알고 "왜?!" 하며 화들짝 놀란다. 살짝 비스듬히 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여보 이거 왜 이런지 알아? 여기 벽 말이야."

  "작년에 윗집 배관이 터져서 그런 거잖아, 기억 안 나?"

  아 그런 일이 있었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우리 집 중대 사건이 기억나질 않았다. 바랜 것은 벽지뿐만이 아니었구먼...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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