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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19. 2021

열아홉 번째 촏: 무한

초 단편 소설 시리즈

  숲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어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우거진 나뭇잎 사이에 좁게 난 틈새로 숲을 빠져나오자 거대한 제단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단을 이루고 있는 벽돌의 빛깔 때문에 그곳은 "붉은 제단"이라 불렸다.

  "제이드, 진심이냐. 이제 정말 돌아갈 수도 없다고."

  노먼이 숨을 고르며 제이드와 제단을 번갈아 보았다. 그 기원 조차 밝혀지지 않은 붉은 제단은 지난 수년간 스무 명 이상의 모험가와 학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어느샌가부터 희생자 수가 멈추다시피 했는데, 그 이유는 제단이 정복된 것이 아니라 겁에 질린 사람들이 도전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희생자들의 생사는 불분명했는데, 그 때문에 그들이 죽은 것이 아니라 제단 안에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어 그곳을 통해 넘어갔다거나 출구를 찾지 못해 아직도 그 내부에서 헤매고 있다는 괴담까지 성행했다. 그래서 붉은 제단에는 "무한의 미로"라는 별명도 붙었다.

  제이드는 숨죽인 채 마른침을 삼켰고 그 소리가 노먼의 귀에 들릴 정도로 제단 앞엔 적막이 흘렀다. 결심이 섰는지 제이드가 숨을 내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보자고, 노먼."

  그들의 눈에는 모험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두려움이 비쳤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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