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댕 Jan 20. 2021

스무 번째 촏: 수첩

초 단편 소설 시리즈

  "... 경아 어머님, 잘 지내셨죠? 접니다. 최형사입니다."

  정호는 먼저 전화를 걸어놓고서 계속 말을 이어가진 못했다. 그는 5년간 지켜온 자리에 대충 펼쳐놓은 종이상자로 자기 물건을 챙겨 넣던 중이었다.

  "최형사님 혹시 그놈 잡았습니까? 우리 경아 그렇게 한 놈, 그놈 잡았나요?"

  수화기 너머로 인사도 없이 질문이 쏟아지지만 정호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애꿎은 수첩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그 수첩에는 한 장 한 장 온갖 숫자와 알아보기 힘든 단어가 가득했지만 정갈한 글씨로 보기 좋게 쓰인 것은 없었다. 모서리는 손때가 타 죄다 말려 올라있고, 수첩의 크기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두꺼워 보이는 부피는 필시 속지가 구겨져 점차 커진 것이 분명했다.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는 정호의 집념과 함께 커졌을 것이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저 서부서로 발령 났습니다. 이제 경아 사건 다른 친구가 받을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죄송합니다 경아 어머님."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죄송한지, 그는 통화를 마치고도 한동안 입을 벙긋거렸다. 미안하다 경아야.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이전 19화 열아홉 번째 촏: 무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