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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Mar 01. 2024

#20200509

‘난 이제 출발해~ 오빠는 아직 자는 중인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녀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차에 뒷자리에 앉아서 앞쪽을 향해 찍은 사진과 함께. 

오전 8시 조금 넘어서 


‘나도 방금 일어났어 지금 한창 가고 있겠네~’

‘주말인데도 꽤나 일찍 일어나네~ 난 12시는 돼야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니야 주말이라도 그렇게 늦게 까지 자진 않아’ 

‘부지런쟁이군 ㅋ 난 늦잠 자는 거 좋아하는데’ 

‘그럼 오늘은 엄청 피곤하겠는데~’

‘응ㅜㅜ 완전 졸려 죽겠어’ 

‘이왕 강원도 나들이하니까 창밖 보면서 눈힐링 좀 해, 난 이제 슬슬 살림을 해 보려고’ 

‘그래~ 오늘은 약속 있어?’

‘친구를 만날까 하는데 아직 연락은 안 해 봤어’ 

‘지난번에 나랑 가고 싶다는 그곳 가면 안 됩니다~’ 

‘걱정 마세요~’ 


그렇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여느 토요일과 다르지 않은 그저 1년 중 52번의 토요일 중 하나일 뿐인데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이유는 그녀와 며칠 전에 내가 겪은 이상한 경험 때문에. 또 언제 그런 경험을 하게 될지 알지는 못한다. 그날 이후로 이틀 연속 그냥 ‘정상’적으로 날짜가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오늘 뭐 하시나?”

“뭐야? 갑자기 전화를 다하고. 무슨 일 있나?”

“무슨 일이 있어야지만 전화를 하냐? 근데 무슨 일이 있기도 하다ㅋ”

“음… 연애해?”

“음… 아직은 아닌데 만나는 사람은 있긴 해, 그나저나 오늘 시간 되냐?”

“저녁에 될 듯한데… 알다시피 유부남이다 보니ㅋ 허락을 받아야지”

“글쿤, 그럼 그분께 허락을 받아 봐라. 할 말도 있고 하니 너네 동네로 갈 테니, 유부남이시라 멀리는 못 나올 테고”

“야 요즘 힙한 곳에서 만나면 안 되냐? 나도 좀 그런데 좀 가보자”

“일단 허락이나 받고 연락혀라”


내가 살면서 이런저런 고민 혹은 생각이 있을 때마다 항상 함께 해 준 친구이다. 나 역시 그 녀석의 그런 순간마다 함께 해 주었고. 결혼하고 살면서 미혼일 때보다는 자주 보진 못하지만 간간히 생사 확인을 하면서 종종 얼굴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그런 녀석이다. 

‘야 그냥 동네에서 보자’ 

‘ㅋㅋ 짠하다 어째 이래서 어디 결혼하겠어?’

‘몰라 그냥 닥치고 이따 봐 몇 시에 올 거야?’

‘저녁 먹어도 되냐? 아님 저녁은 집에서 그분과 함께? ㅋ’

‘그래야 할 듯. 요즘 기분이 별로 셔’

‘그래 그럼 3시 정도에 갈 테니 커피나 한잔 하자고’ 

‘ㅇㅋ’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말이지 유치하기 그지없고 지질하기 그지없고 무의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낄낄거리던 녀석이 이젠 결혼을 해서 한 가정에 가장(?)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니. 아직 아이는 없어서 아이가 있는 부부들에 비해선 시간 내기가 수월하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신경 쓸 일들이 많은가 보다. 아이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다. 아무리 친구여도 물어봐도 되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고 여기기에. 혹시라도 생긴다면 그저 더할 나위 없이 축하해 주면 되는 것이 나의 역할일 뿐. 


‘난 이제 도착했어~ 오랜만에 푸른 산을 보니 기분이 날아갈 듯 해~’

‘우와~ 여긴 어디야? 엄청 초록초록하다’

‘응~ 여긴 인제, 아빠가 바다보단 산을 더 좋아하셔서 굳이 여기에 회원권을 구해했어 꽤나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그러실 만 한데~ 슬이도 산이 더 좋아? 그럼 등산도 좋아해?’

‘아니~ 산은 그냥 보는 거야~ 타거나 하면 산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ㅋㅋ 산을 괴롭힌다니~ 하긴 그렇긴 하지. 나도 등산은 딱히 좋아하진 않아서’ 

‘오늘 약속은 잡았어?’

‘응~ 오후에 잠깐 친구랑 커피 한잔 하면서 수다 떨기로 했어’ 

‘내 얘기할 거면 좋은 점만 이야기해 줘~’ 

‘나쁜 거 할 이야기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는데 ㅋ 언젠가 슬이도 만나게 될 수도 있어’

‘그래? 절친인가 보네~ 언제 때부터 친구야?’

‘응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와~ 정말 오래된 친구네~ 그럼 내가 만나게 되면 그때  오빠의 흑역사들을 물어봐야겠다ㅋ’

‘아 오늘 만나면 입단속 단단히 해 둬야겠네~’ 

‘ㅋㅋ 난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 

‘응 맛있는 거 많이 먹어~’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도 나갈 준비를 했다. 그 녀석 동네는 서울이 아니기에. 그리고 조금 일찍 도착해도 나야 뭐 책 보면서 기다리면 되는 것 이기에. 나오고 보니 서울도 날씨도 좋았다. 계절의 여왕다운 봄날씨. 나도 하늘 사진을 한 컷 찍어서 그녀에게 보냈다. 서울 하늘도 썩 괜찮다고. 

“왔냐? 언제 왔어?”

“나 좀 전에. 난 커피 시켰으니 너도 사와라”

“안 그래도 너 시킨 거 보고 나도 주문하고 왔다, 별일 없어?”

“난 별일이 있다. 넌 별일 없냐?”

“나야 뭐 별일 없지. 그래? 넌 무슨 별일이 있는데?”

그 사이 커피가 나오고 커피를 마시면서 난 그간의 일을 이야기해 줬다. 내가 겪은 이상한 경험에 대해서.

“그래서 니가 시간 여행을 한다고? 같은 날을 하루 더 산다는 거지?”

말투는 심각했지만 표정은 전혀 심각하지 않은 그저 ‘미친놈 헛소리 하고 있네’라는 표정이었다. 예상했던 표정 그대로였다. 

“못 믿겠지만 그리고 안 믿겠지만 사실이다.”

“음…. 못 믿겠고 안 믿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부러운데”

“뭐가 부러워?”

“너도 알잖아 우리 남자라는 종족들이 연애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작고 큰 실수들을 저지르는지”

“난 아닌데~ 난 연애 정말 잘하는데?”

“그런 놈이 지금 솔로세요?”

“잠시 공백기라고 해 두자 이놈아”

“암튼, 잘 생각해 봐. 사소한 것으로 여자 친구에게 얼마나 많은 서운함을 주는지. 크게 잘못해서 누가 봐도 명명백백 너의 잘못이라면 그건 좀 다르지만. 무심하게 지나간 것들을 다시 한번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잖아. 이건 기프트야”

“그래서 나도 한 번은 그렇게 했는데… 그게 문제가 있어”

“뭔데?”

“그런 경험을 언제 하게 될지 나도 모른다는 거지….. 정말이지 내가 뭔가 서운하게 한 다음날 같은 하루를 더 살게 된다면 바로 기억하고 고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별로 효과가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그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서운하게 할 수는 없잖아, 일종의 테스트 삼아”

“음… 그건 그런데… 이봐요 아저씨 그런 능력이 실제로 생겼다면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오?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 있네”

“그런가? 그럴 수도”

“나도 그런 능력 가지고 싶다. 어제도 혼나도 그제도 혼나고…”

“뭘 그리 맨날 혼나냐ㅋ”

“니가 뭘 알아? 유부남의 삶을 ㅋ 유부남의 삶은 그냥 혼남의 연속이다. 엄마한테 혼나는 걸 대신 그분께 혼나는 거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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