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뭐야?”
“깼어? 미안. 알람을 안 꺼뒀네. 아직 새벽이니까 더 자”
알람을 끄면서 시계를 보니 6:30이었다. 내가 평일에 일어나는 시간. 그러고 보니 어제 잠들기 전 직장인의 평일 휴가 기간에 가장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알람 끄기’를 하지 않았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보니 어김없이 폰에 설정해 둔 모닝 알람이 울려 버렸다.
난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렇게 일찍 일어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적정시간 자고 나면 눈이 떠지는 체질인지라. 알람이 울린 김에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서 창밖을 봤다. 새벽이라 그런지, 밤에 내린 비로 인한 안개 때문인지 뿌연 하늘이었다. 옷을 챙겨 입고 태블릿을 챙겨서 숙소의 공용 카페로 향했다. 다행히 나 같은 손님들이 있는지 카페는 일찍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커피를 한 잔 사서 테이블에 앉아서 태블릿을 열고 메일을 확인했다. 박대표가 본인의 피드백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보낸 내용 중에는 역시 괜한 경력이 아님을 알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내가 생각조차 안하고 아니 못하고 있었던 부분들을. 지금 시간은 7:30이니 대략 2시간 정도만 일을 하면 될 듯했다. 그녀는 보통 10시 정도에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런 부분에선 다행이었고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료들을 보면서 박대표의 피드백과 나의 생각을 더해서 자료를 계속 수정해 나갔다. 그러면서 난 아직 합류한 지 1달밖에 안 된 회사의 비즈니스의 세세한 면을 익혀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것들 보다는 훨씬 복잡한 비즈니스라 조금은 우려가 되기도 했다. 작은 조직인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다. 특히, 초기의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대기업을 퇴사해서 창업을 하는 경우 대표들은 본인들이 대기업에서 하던 일과 비슷한 사이즈의 일을 창업 후에도 할 수 있다는 착각을 종종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기업 재직 시에는 본인의 회사의 이름이 일을 함에 있어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중해서 자료를 봐서 그런가? 머리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잠시 창밖을 보다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뒤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창에 비쳐 보였기 때문이다.
“뭐 하고 있어? 휴가 왔는데 아침부터 일 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게 박대표가 좀 급하게 봐 달라고 해서 잠깐 보고 있었어”
“그냥 사실대로 말해 주면 안 될까? 지금만 모면하려고 자꾸 거짓말하는 거 나 정말 싫어”
“아.. 뭐… 그게 아니라… 음…”
“내가 우리 처음 연애시작 할 때 말했잖아? 기억 안 나? 난 정말 거짓말하는 사람이 싫어. 아무리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싫어”
“미안해. 기억하고 있어. 그냥 슬이 자는 동안 일 하면 되겠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나 봐. 정말 미안해”
그녀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 버렸다. 그리고 난 또 한 번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못한 체 우두커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