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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Nov 19. 2023

너희가 '겁나'를 어떻게 알아?

아따 쪼까 거시기 하네?

 얼마 전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정확한 메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국이 참 맛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오! 얘들아 국 맛있다!’라고 감탄하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도 제 말을 듣고 한 숟갈 맛보더니 여기저기서 ‘와! 겁나 맛있어!’라고 같이 감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밥을 먹으며 생각해 보니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겁나’는 ‘굉장히’의 방언으로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사투리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수도권에 살고 있어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데 2학기에 들어서자 종종 ‘겁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 ‘겁나’ 바이러스를 퍼트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저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고향이 전라도라 아직도 친구를 만나거나 흥분하면 전라도 사투리와 억양이 되살아나곤 하는데 아직도 입에 붙어있는 표현 중 하나가 ‘겁나’였던 겁니다. 아이들 덕분에 제 평소 말습관을 돌아보니 ‘겁나’를 진짜 ‘겁나게’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겁나 맛있다.’, ‘겁나 재밌다.’, ‘겁나 무섭다.’, ‘겁나 이상하다.’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이 입에 붙어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 말 습관이 소리 없이 스며든 것에 깜짝 놀라 그 후로는 신경 써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사가 자주 쓰는 말을 따라서 사용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긴 합니다. 제 또 다른 말 습관 중 하나는 ‘이제 슬슬 정리하자.’입니다. 작년 아이들은 이 말을 배워 모든 아이들이 학기말쯤 되자 무슨 시간만 되면 ‘슬슬 영어 갈 준비 하자.’, ‘슬슬 마무리 하자.’, ‘슬슬 치우자.’처럼 제 말 습관을 똑같이 따라 해서 속으로 웃은 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아이들 보충학습을 시키다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예전에 전라도가 고향인 코미디언 박나래 씨가 엄마에게 ‘곱하기’를 ‘고바기’라고 하는 게 정말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걸 보고 ‘에이~ 말도 안 돼. 곱하기가 왜 안돼! 저건 좀 오버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아이들에게 평균을 설명하면서 ‘2100 고바기 4!!’라고 목에 힘주어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 스스로에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세상에 내가 '고바기'라고 하고 있다니.’하고 말입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전라도 사람이구나 하고 웃음도 났습니다.   

  

 사투리가 나쁜 것도, 틀린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못 마신다는 옛말도 있는 만큼 내 언어 습관을 점검하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요즘이었습니다.



나는 유각년 일반이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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