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린 첫눈, 모두 보셨나요? 가을이 왔다 간 것도 잠시 이제는 긴 패딩을 꺼내 입을 만큼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겨울이 오니 몸이 먼저 알아챕니다. 식욕이 당기고 몸을 움직이기가 싫어졌습니다. 게다가 지난달에 계속 여기저기 몸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느라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난히 몸에 살이 붙은 거 같아 저는 얼마 전 오랜만에 인바디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울면 근손실 나니까...
체중은 늘었지만 근육량은 감소하고 그 공간을 체지방이 야무지게 채워 체지방률과 복부비만률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전신의 근육분포도 표준 이하로 떨어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체중감량을 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다음날 출근을 했습니다.
다음날은 학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학년의 날 행사 날이었습니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으로만 꽉 찬 즐거운 날입니다. 모둠별로 협동 작품 만들기, 아나바다 시장, 선물 쿠폰 경매, 윷놀이 등 다양한 행사로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우리 반 모두 콧노래를 부르며 활동을 하는데 저는 도무지 흥이 나질 않았습니다. 결국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제 상태를 털어놓고 체중감량을 선언하며 응원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귀요미들
아이들의 반응은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뜨거웠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 파이팅!’을 외치며 성공을 기원해 줬습니다. 저에게 장난치느라 불가능에 999999표를 날린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할 수 있다, 무리하지 말아라, 힘내라며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습니다. 제가 체중감량을 한다고 하니 ‘우리 엄마도 밥이랑 밀가루를 안 먹고 12킬로를 뺐다, 우리 엄마도 7킬로를 뺐는데 다시 돌아왔다, 우리 엄마도 간헐적 단식으로 살을 뺐다, 저도 지금 살을 빼는 중이다.’등 각자의 집에서 있었던 일도 신나게 들려줬습니다.
저도 절반은 아이들에게 장난치고 싶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이렇게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니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됐습니다. 오늘부터 급식도 조금만 먹을 거라고 하니 아이들이 급식 메뉴를 읽어줬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머피의 법칙인지. 오늘의 메뉴는 돈가스였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불행이 본인들의 행복인 것 마냥 배를 움켜쥐고 웃으며 '선생님 그럼 오늘 돈가스 안 드실 거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돈가스를 포기할 수는 없어 절반만 먹겠다는 약간은 비굴한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체중감량을 선언한 지 열흘이 돼갑니다. 그동안 저는 간헐적 단식을 돕는 앱을 이용해 식사 시간을 조절하며 간식을 줄였습니다. 저희는 교실에서 급식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배식을 하는데 급식당번이 제게 밥을 떠주다가도 ‘아! 맞다!’ 하면서 밥을 조금 덜어줍니다. 이렇게 아이들도 저를 도와주는데 실패하면 안 되겠지요? 아이들에게 선생님 성공했다고 외치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