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과 시간에는 용돈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공부합니다. 용돈에 대해 공부를 하려니 예전에 홍진경 님의 유튜브 ‘공부왕찐천재’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딸 라엘이에게 한 달 용돈을 30만 원 주는 대신 아무것도 사주지 않고 외식할 때도 본인이 먹은 음식의 값을 내게 한다고 했습니다. 라엘이가 소갈비를 먹은 날 용돈의 절반이 날아가 그 이후로는 외식하자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용돈 제도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애들 용돈을 주면서 외식비용 따로 주고, 준비물도 다 엄마가 사주니까 애가 용돈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돈이 방바닥에 굴러다니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홍진경 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더불어 물질적으로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우리 반 아이들은 용돈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26명의 아이들 중 18명이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용돈을 받지 않는 친구들은 필요할 때마다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고 있었습니다. 매일 용돈을 받는 친구는 없었고 일주일 단위로 용돈을 받는 친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한 달 단위로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비슷했습니다. 금액은 일주일 용돈이 3,000원에서 10,000원 정도이고 한 달 용돈은 5,000원에서 30,000원까지 다양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라고 하더라도 부모님께 필요할 때마다 타서 쓰는 건 동일했습니다.
용돈은 현금으로 직접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체크카드에 용돈을 넣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지 않는 친구 중에서는 특별한 날 받은 용돈을 모아뒀다가 본인의 용돈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특별 용돈은 언제 받는지 물어보니 제 어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날, 명절, 세뱃돈, 생일, 친척의 방문은 고정 레퍼토리였습니다. 또 대체로 무언가를 잘했을 때 보상으로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험을 잘 봤다든지, 대회에서 1등을 했다든지, 경기의 MVP가 됐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또 신발 정리, 방 청소, 분리수거, 요리 보조, 숙제 완료 등 빠질 수 없는 성실 및 효도 카테고리가 있었습니다. 그 외 문제집 다 풀어서, 새해를 맞이해서 등 집집마다 다양한 특별 용돈 수여 상황이 존재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아서인지 확실히 씀씀이가 다릅니다. 학용품 쇼핑하는 이야기, 친구들과 주말에 놀았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여기저기 물건이 넘쳐나니 분실물도 많습니다. 주인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학용품이 닳을까 아껴가며 쓰던 시대라 지금 아이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도 홍진경 님 같은 마음이 듭니다.
‘과잉’이 ‘과잉’한 요즘. 아이들이 적절하고 건강한 결핍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