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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Feb 22. 2024

부지런한 움직임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우울과 불안, 공황발작과 불면증을 겪으며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내 모습은 무기력이었다.

부지런하지는 않아도 내 일은 잘 해낸다고 생각했던 나는 엄청난 무기력감에 휩싸였다.

무언가를 하는 것은 둘째치고 침대 밖을 벗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침대에서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눈물 흘리는 날들이 많았다.

눈물을 흘리고 악을 쓰고 난 후에 온몸의 진이 다 빠지고 나면 위로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누를까 말까 고민하는 일을 반복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


"운동을 나가봐."

"가벼운 산책을 해봐."

"휴직 기간이 짧지 않으니 뭐라도 해봐."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대로라면 돼야 할 것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겪고 있는 질환들은 그런 것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가량의 치료기간을 지내오며 최근에 들어서야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치료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집 앞을 산책하는 일이 되었던 취미 활동이 되던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되던 무엇이 되었던지 나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담고 싶다.

그 움직임이 부지런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오늘 침대 밖으로 걸음을 옮기지 못했더라도, 내일은 발을 떼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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