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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Mar 28. 2024

점자 도서관

섬세한 움직임

점자는 나에게 아주 먼 느낌의 문자는 아니었다.

대학생 시절 시각장애 관련 강의도 있었고 시험을 보기 위해 점자를 얕게나마 외웠던 적도 있었다.

특수교사가 되고 난 후에는 장애이해교육의 주제를 점자로 진행하기도 했었으니 아주 연이 없지는 않았다.


3월이 되어 무언갈 배워보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대다 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 점자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다 보니 점자교육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걸 할까 말까 고민 끝에 신청하게 되었다. 휴직기간 동안 업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일이나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결국 그게 안된 셈이다.


나는 휴직을 하고 단 한 번도 무언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처음이 점자교실이라는 게 조금 웃겼다.



시각장애인 강사님께서 알려주시는 점자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무언가에 이토록 집중해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기본 자음을 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점자를 자유롭게 치고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손끝은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할까.

점자 교실을 다 마칠 때까지 그 섬세함과 정교함을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더듬거리면서라도 점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또 점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수업을 다 듣고 집에 돌아오니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오랜만에 머리와 손을 모두 쓰느라 힘들었나 보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배운 내용을 눈으로 쓱 훑어보았다.


내게 무언갈 배울 용기와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오늘.

참으로 대단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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