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갑질 폭행 사건

조직 속에 숨겨진 폭력 침묵과 방관

by 청년홈즈

2018년 말, ‘양진호 갑질 폭행’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었다. 신문과 방송 헤드라인은 연일 ‘양진호 갑질’이라는 타이틀로 도배되었다.

생생한 따귀 소리가 더해진 폭행 동영상이 반복 재생되며 아나운서의 흥분된 음성으로 화면이 채워졌다. 퇴사한 직원에게 무릎을 꿇려 풀스윙으로 뺨을 때린 일, 현직 교수를 린치 폭행하고 얼굴에 침을 뱉고 구두를 핥게 했던 일, 산 닭을 활로 쏴 죽이게 하고 일본도로 닭 목을 쳐 죽인 일 등 연일 뉴스는 ‘양진호’라는 조폭 수준의 기업가 행태를 까발렸다. 이런 사람이 그 당시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이며 탑승형 직립보행 로봇을 개발해 자칭 우리나라 로봇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한국미래기술 회장이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양진호갑질.jpg 2018년 당시 뉴스 화면들(출처: 뉴스타파)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그 사건의 이면이 보인다. 그즈음 한바탕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사건에서 보듯 그들의 갑질은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 조직 하에 이루어졌었다. 다시 말해 그들의 갑질은 대한항공 구성원이라는 든든한 공범의 암묵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양진호 갑질 사건’의 본질도 이와 같다. 양진호라는 희대의 인물과 그가 소유한 기업 구성원들이라는 공범들이 있었기에 그의 갑질의 힘은 더욱 세진 것이다. 양진호 폭행 동영상이 최초 폭로된 때는 사건이 알려지기 무려 3년 전인 2015년 4월이었다고 한다. 2015년 당시 동영상을 직접 촬영한 인물이나 동영상 속 많은 직원들이 있었을 텐데 그들은 한 인격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수년간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도 그 폭행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양진호 사건의 본질 중에 하나는 그가 운영했던 ‘웹하드’라는 업체가 불법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저작권 없는 불법 음란물' 유통을 통해 돈을 벌었다. 한 사람 인생을 망칠 수 있는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를 유통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론 그 때문에 유출된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를 없애 달라는 사람들에게 ‘사이버 장의사 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벌었다고 하니 병 주고 약 주고 으르고 뺨 때려 돈을 챙긴 것이다. 한마디로 그 회사는 남의 불행을 팔아 돈을 번 범죄 집단이나 다름없다. 온갖 불법 음란물 유통 중계상으로 부를 쌓아 올려 그 부를 기반으로 갑질을 일삼고 직원들을 종처럼 생각했던 악당과 그를 도왔던 공범들이 벌인 인격살인 범죄가 ‘양진호 갑질 사건’의 실체다. 처음에는 놀랍고 뭐 저런 일이 있나 싶다가 저런 자들이 세운 기업에 몇몇 청년들을 IT기업 입사라 기뻐했을 테고 이들을 보고 많은 청소년들이 미래 로봇산업에 관심을 가졌을 것을 생각하니 우주 평화주의자인 나도 화가 치밀었다.


그 뒤 양진호씨는 당연히 법에 따라 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했던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대부분 직원들에게는 실정법상 죄를 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일개 직장인이 용기를 내 양진호 같은 인물에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주 평화주의자의 낭만적 바람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누구 하나라도 그 동료 직원 편에서 양진호 회장의 악행에 대항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회사를 다녔던 사람이나 다니고 있는 직원이라면 자신들의 기업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를 리 없었다. 먹고사니즘이라는 핑계로 범죄인 줄 알면서도 방관하며 모른 체하는 것도 암묵적 폭행이다. 어쩌면 집단 전체가 방관하며 저지르는 암묵적 폭행이 직접적 폭행보다 피해자에겐 더 절망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다.


몇 년이 흐른 사건이지만 범죄인 줄 알면서도 방관하며 모른 채 하는 암묵적 폭행은 여전히 수많은 조직 속에 숨겨져 있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 그 당시 ‘양진호 갑질 폭행’ 사건을 용기를 내어 세상에 알렸던 내부고발자의 일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8살짜리 딸에게 아빠가 야동 팔아서 돈 벌었다는 말은 할 수 없잖아요”


침묵과 방관도 암묵적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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