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가진 당신은 한국인 K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우리의 마음 또한 불행하게 살아가는 원인 중 하나다’
독일인으로써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언론인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안톤 슐츠의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이라는 책에 있는 말이다. 토종 한국인의 가슴을 콕 찌른다. 어떤 생각과 어떤 말을 가장 먼저 듣고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부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장 먼저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헬조선’ ‘지옥불반도’ ‘육포세대’ 등 부정적인 면을 가장 먼저 말하고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뱉어 놓고 내일은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꿈꾸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마음은 밭이다. 그 밭에 긍정적인 씨앗을 심을 것인지 부정적인 씨앗을 먼저 심을 것인지 밭의 주인이 결정하면 된다. 불행한 선진국 한국이라지만 어떤 고난과 역경도 헤쳐가며 지금의 K를 이룬 자랑스러운 K-문화 유전자의 힘이 있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100여 년 전 영국의 지리학자이자 여행작가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1831~1904)이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고 기록한 글은 번영기를 맞기 시작한 문화강국 K의 미래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인을 세계에서 가장 열등하고 미개한 민족으로 평가했던 비숍은 러시아 자치구 프리모르스크에 이주한 조선인들을 보고 생각을 바꾼다. 정부의 간섭을 떠나 자치적으로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은 깨끗하고 활기차며 의심과 게으름이 없고 쓸데없는 자부심, 노예근성도 없었으며 주체성과 독립심이 강한 당당한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고국에 있는 조선 사람들도 ‘정직한 정부’ 밑에서 그들의 생계를 보호받을 수 있다면 참된 시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비숍이 지적한 ‘정직한 정부가 있으면’이라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무리 훌륭한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말처럼 정부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문화강국 K의 미래는 없다. 찬란했던 조선왕조가 세도정치의 등장으로 무너져 버렸던 것처럼 어렵게 쌓아올린 문화강국 K라는 위상도 무능력한 정부 아래에선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같은 뿌리를 가진 저 북쪽을 보라. 후진 정부, 후진 정치체제가 주는 비극이다. 사실 아무리 K바람이 전 세계를 뜨겁게 하고 있다고 해도 관련 종사자 말고는 당장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흐름으로 인해 국가 전체의 부가가치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지금 당장 내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있는 사실이 없는 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이런 문화강국 K의 면모는 분명 국가 브랜드를 높여줄 것이며 국가 전체의 미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좋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부가가치를 잘 분배하면 결과적으로는 내 삶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가 투표에 꼭 참여해 정치인들을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청년시절부터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우리 문화연구에 관심이 많다.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지금 전 세계에 부는 K-문화에 대한 관심이 궁금했다. 이 책을 그저 국뽕을 부추기기 위해 쓰지 않았으며 한국인의 우월성을 말하고자 쓰지 않았다. 문화란 더 좋고 우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한국 거주 외국인이 쓴 사계절을 한국만 있는 것처럼 자랑하는 한국인이 꼴불견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한국에만 사계절이 있고, 한국에만 고난의 역사가 있고, 한국만 빨리빨리 유전자가 있으며 한국인만 위기극복 유전자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 스스로 비하하거나 비교하여 평가절하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당당하게 서 있는 문화강국 K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쌓여 온 한국인의 문화 유전적 특징이 들어있음 말하고자 했다. 어떤 문화적 특징이나 기질도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한국인의 지나친 경쟁유전자가 주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나친 목표지향성이 주는 폐해도 잘 알고 있다. 기타 다른 한국인의 특성들이 갖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한국인이 가진 문화유전자가 현재의 문화강국 K를 만드는데 어떤 긍정적인 작용을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들의 부정적인 면들은 기회가 되면 따로 써 보려 한다.
백범 김구선생처럼 나도 문화강국, 문화로 먹고사는 코리아를 꿈꾼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공연하는 수많은 배우들, 대부분 죽어서야 제값을 받는다는 슬픈 직업의 무명화가들, 연봉 5백만 원도 안되는데 오늘도 무대에 오르는 홍대 앞 인디밴드들, 책 한 권 출간하기 위해 수개월째 노트북 화면과 싸우고 있는 무명작가들 등 나는 수많은 예술가, 창작자들이 존중받고, 대우받는 나라는 꿈꾼다. 이 책이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 책이 K성장의 주력 부대였던 기성세대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찾는 근거로 활용되길 바라며 자녀들에게 이 나라 K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해주었으면 한다. 낙담하고 실의에 빠진 이 시대 청년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산다는 건 멀리 보면 희극이고 자세히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우리 사는 일이 늘 그렇다. 하루하루 눈뜨면 또 아픈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한 가지 사실은 아픔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점이다. 내가 제일 아프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준은 다 자기 기준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픈 것이 아니라 그저 아픈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나 지금이나 하루하루는 평등하게 그저 고통스럽고 아픈 것이다. 그것이 그저 삶이다. 오늘 하루도 이 또한 지나가고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랬었지’ 하는 그런 하루일 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또 살아진다. 그러니 오늘 하루 고통스럽더라도 너무 자학하지는 말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살아보니 참 좋은 말이다. 그러니 지금 비록 퍽퍽하더라도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