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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25. 2024

쓰레기 통에서 장미꽃을 피운 나라

K, 갑자기 뜬 게 아니다. 다만 이제 알아볼 뿐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70여 년 전,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쓰레기통에 비유되는 희망 없는 나라였다. 영국의 더 타임스에 실린 평가였다. 이런 치욕적인 평가는 전후 15년이 흐른 1968년까지도 이어졌다.

‘한국이 종합 제철소를 짓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우는 것과 같다.’

당시 세계은행 아시아 지역 실무 담당자 영국인 존 자페(John Jaffe)의 말이다. 이처럼 세계는 불과 50여 년 후 일어날 기적 같은 한국의 성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네 나라는 잘 살잖아?’

몇 년 전 미얀마 여행 중 재래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지인에게 파는 가격을 눈앞에서 봤는데 태연하게 두 배를 부르길래 항의했더니 이 한마디 말로 흥정을 끝내 버렸다.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었고 하도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그냥 웃으며 구매했지만 여행 내내 ‘너네 나라 잘 살잖아’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변경했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공식적인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UNCTAD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지원을 하는 나라가 된 유일한 나라이기도하다. 2024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6천194달러로 OECD 13위이며, 경제규모 또한 국내총생산 GDP 1조 6천 달러 수준으로 세계 13위권인 경제부국이다.


이뿐 아니라 한국은 기나긴 군부독재를 스스로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이룬 몇 안 되는 나라이며 전국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고 심지어 지하철에서도 와이파이가 되며 교통카드 한 장으로 전국 어디를 갈 수 있는 발전된 나라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와 세계 청소년의 우상 BTS, 블랙핑크 보유국이며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받고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를 평정한 문화 강국이 바로 현재 대한민국이다. 70여 년 전 영국 타임지가 믿지 않았던 민주주의를 이루었고, 50여 년 전 영국인 존 자페가 믿지 않았던 제철소를 지어 철강 강국이 되었다. 쓰레기통으로 불리며 아무도 믿지 않았던 나라에서 기적처럼 장미꽃을 피워낸 것이다.


이제 세계인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별것 아닌 것들조차도 K가 붙어 있으며 매력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으로 시작한 K에 대한 호감은 드라마 대장금 등을 타고 한류라는 이름으로 확장되더니 이제 다양한 분야로 퍼지며 K류가 되었다. 세계는 지금 K에 빠져들고 있다. 너무 멀리 일어나는 일이고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서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내 말이 잘 믿기지 않는다면 나라 밖으로 한번 나가보면 알게 된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광활한 초원 유르트에서도 ‘Korea’ 한마디면 당신은 곧 인기스타처럼 환대받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고, 남미 칠레의 시골 마을에 가도 ‘BTS, 블랙핑크’ 한마디면 소녀들이 미소로 반겨줄 것이다. 분명한 현실임에도 여전히 우리 스스로만 갸웃거리며 믿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유가 뭘까? 홍익대 유건재 교수는 한국인이 보는 한국과 외국인이 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유 교수는 한국인의 특성 57가지를 키워드화 하여 한국인과 외국인 관점으로 조사한 결과 외국인들은 은근과 끈기, 다름에 관대, 열린 교류, 전사 기질, 자유분방, 존중 등 긍정적 요소를 더 많이 지목했으나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극단주의, 비현실적 낙관주의, 서열, 즉흥성, 불확실성 회피, 냉소주의, 용광로 문화 등 부정적인 키워드를 더 지목하였다. 이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한국을 부정적이고 한국인 스스로를 열등하게 본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인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은 다른 사람들이 배울 만한 점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 있게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한국에서 외신기자로 활동한 마이클 브린 씨의 말이다.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절절한 충고다.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야.”

백수 시절 자학하며 나락으로 떨어져 지낼 때 내 동무는 나를 볼 때마다 이 말을 해주었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큰 힘이 되는 줄 그때 알았다. 말 한마디조차도 자존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사람을 성장시킨다. 하물며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알고 자심감에 차 있다면 개인이나 조직이나 몇 배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인이 잘할 수 있고,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낼 힘이 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지금 헬조선, 각자도생, 이생망 등 갖가지 부정적인 언어로 이 나라를 평가한다. 이 나라가 살기 팍팍한 것이 현실이지만 언제까지 무너진 자존감으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 내면에는 조상들이 수천 년을 견디며 이끌어 온 우리만의 위기 극복 K-문화 유전자가 들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를 알고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한국인은 강하고 끈질기며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수천 년 역사 속에 수많은 전쟁을 이겨내며 이 땅을 지켜왔고, 한때 나라를 잃었지만, 끈질긴 독립투쟁으로 스스로 정체성을 지켜냈다. 불과 70여 년 전 한반도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였다. 전쟁은 한나라의 문화, 가치, 정체성 등 정신적인 부분도 광범위하게 파괴한다. 세계의 이념전쟁터가 된 한반도는 3년여 전쟁을 치르고 남과 북 모두 폐허가 되었다. 그렇게 쑥대밭이 돼버린 전쟁 폐허국은 다시 일어나 지금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 대국이 되었고 문화강국이 되었다. 이제 한국은 노벨문학상을 받아 내고, K팝 아이돌들이 빌보드 차드에 등장하며, 영화. 드라마. 예능 등 각 분야마다 K코텐츠가 OTT 플랫폼의 상위 차트를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뿐인가. K푸드, K뷰티 등 K문화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라가 되었다. 불과 50여 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니 이는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기적이다. 이는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힘이고 자랑거리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열등하게 보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K는 지금 멋진 나라가 되어 있다. 원래 자랑에 인색한 한국인이라지만 지나친 겸손은 자기 비하, 자기부정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기에도 벅찬 것이 세상살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운 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내재되어 있는 K-문화유전자의 힘을 믿었으면 좋겠다. 다만 국뽕에 취해 우생학에 빠진 국수주의로 흐르거나 민족주의로 흐르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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