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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elyn H Mar 05. 2024

승진, 원하세요?

끝이 아니에요. 이제 시작입니다. 

'승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상당히 달라진 요즘입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향하며 과감히 직위를 없애 승진의 개념이 희미해진 기업도 있고, 정반대로 전통적 개념에서의 직위 체계를 여전히 고수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수평을 지향하더라도, 의사 결정과 평가를 위해 결국 조직은 피라미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지만요. 

저희 선배 세대만해도 직위와 보직이 직장 생활을 추동하는 매우 강력한 프레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 기준에선 연차와 나이에 따라 그에 걸맞는 소위 ‘타이틀’을 갖는 것이 당연한 목표였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적어도 제 눈엔요.


이제 세상은 변해, 뉴스 기사를 보면 임원이 되고 싶지 않다던가, 아예 보직(팀장)도 꺼린다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책임자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기저의 소망이자, 직장에서 자신만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발견 못했기에 생겨 버린 일종의 '현상' 아닐까요. 


몇년 전 함께 일했던 '상무급' 상사 한 분이 생각나네요.(임원 직위 체계를 막 없앴던 때라, 상무로 추정)

어느 저녁, 다른 팀 리더분들과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그 분은 임원의 잇점에 대해 설파하였습니다. 

연봉은 물론, 평직원은 감히 넘보지 못하는 각종 눈부신 혜택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사실 시시한 이야기였지만, 너희들도 열심히 해서 임원이 되라는 독려성 메시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만의 상당히 긍정적 해석이었어요. 자랑 아닌 자랑을 한참한 뒤 그 분 말씀이, 

“나는 딱 지금처럼만 10년 쭉 하다가 퇴임했으면 좋겠어. 상무급으로 큰 부담없이, 지금 규모에서 더 확장하지 않고, 여러분처럼 일 잘 해주시는 팀장들이랑 같이 그대로...”

농담이라기엔 그의 눈빛과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사뭇 진지했더랬습니다. 


배석했던 다른분들도 차마 웃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살폈어요. 아마도 저와 비슷한 감정이었을 겁니다. 

그의 마음이 심정적으론 이해가 됩니다만, 부하 직원의 위치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였지요. 

자신의 업무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비전도, 동료들을 육성해서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저 내 한 몸만 편하고 누리면 된다는 것으로 읽혔기에, 더할 수 없는 실망감과 모욕마저 느꼈습니다. 


상위 리더가 된 자는 무릇 조직을 잘 이끌어서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마치 세포 분열하듯 사업의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우수한 구성원들에게 그 영역에서 리더가 될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본인도 더 성장할 생각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들이 역량을 기르고, 다시 그들의 팀원을 육성하고 확장해야 비로소 조직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닐까요.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조직과 그 리더들은 반드시 기본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 그것이 본인도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회사라는 조직도 우리의 몸처럼 그 나름의 ‘유기체’로서 존재합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도 고려하면서 내부 조직의 기여도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루 따져 사업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기도 합니다. 신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과감히 사업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리더라면(특히 리더로서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현재의 위치가 안정적이라 느끼더라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지요. 

 

물론 일을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승진이 되고 조직이 커 나가는 것은 아니란 것, 알고 있습니다.

거기엔 가령 '정치'나 '운'과 같은 불가피한 요인들이 뒤섞여 빈번히 화학 작용을 일으키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가면서 자신이 컨트롤 하기 힘든 (외부)요인들은 차치하고, 속한 조직과 해야 할 일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커리어 개발을 위한 이정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전략적으로 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승진은 그런 목표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스템으로 공정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승진 추구형’ 인력이 되라는 이야기, 절대 아닙니다. 

조직과 엇박자를 내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대로 하려면, 제 때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도태되지 않고 생존하는데 (아니 그 이상을 성취하기에)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는 말씀을 덧붙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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