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4)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침은 늘 그렇듯 환기로부터
어제 사온 베이글이 금세 딱딱해져
심호흡 한번에 커피를 내린다
뜨거운 날은 뜨거운 게 제격이지만
애매한 날은 에스프레소 투샷에
얼음 두덩이, 단숨에 원샷
며칠 사이 제법 선선해지니
발코니 앞 나뭇잎 힘없이 늘어진다
어제보다 조금 늙은 빨간 새, 파란 새
오늘도 어김없이 울어보지만
들으려 해야 들릴 뿐
듣지 않으려면 들리지 않는다
떨어지고, 치우고, 떨어지고, 치우고
쓸데없는 자존심에 지겹지도 않은지
사람들, 낙엽 참 지독히도 쓸어댄다
그 옆엔 하나같이 매일같이 산책하는
목줄에 감긴 해맑은 녀석들
강아지일까, 개일까, 무슨 의미일까
어둠은 어제보다 빨리 찾아오지만
습기가 머무른 하늘빛은 다채롭다
불혹이란 말은 반만 진실이더라
삶과 죽음은 각자의 위치에서 병적이다
성큼 다가온 가을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S. 밥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