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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Jul 18. 2018

인지행동치료 - 제 2 편 -

공황장애, 불안장애, 또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예전에 어떤 지인이 저에게 현재 삶에 대해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고, 조금 더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면 한 번 시간 내서 대형 병원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가보라고 권면한 적이 있습니다.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환자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으로서 삶을 정리하고 바다를 건너 죽음의 문턱으로 갈 것이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삶의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인가가 수 일 내로 결정되는 그야말로 절박한 피의 냄새가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중환자실이 육체적인 질병이나 건강 문제가 극도로 악화되어 생과사를 오가는 곳이지만, 공황장애, 불안장애, 또는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환우들도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지하철역을 오고 가고, 일반 길거리를 거닐지라도 그들은 시시 때때로 정신적/감정적인 측면에서 죽음에 비견될만한 공포와 불안에 맞서며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며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도전의 연속이고,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신적 지뢰로 가득한, 중환자실 이상의 압박감을 주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환우들의 수도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호소하는 고통 또한  질적으로 악화되어 가는 측면이 있기도 한데, 여기서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치료가 얼마나 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사연을 반영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사람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른 것처럼, 비록 현재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더라도, 그런 증상을 치료하려면 사실 각자 개별화된 치료법이 필요할 텐데, 현실적으로는 개인의 특성과 특질을 일일이 반영해서 상담기법이나, 약물을 제조하기는 아직 어렵운 실정입니다. 물론 현재 활용되는 약물과 상담기법도 환우들의 증상을 개선하고 치료하는데 고무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법들이지만, 전문치료사뿐만 아니라 환우분들도 가급적 보다 새롭고 다양한 기법들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되어 있고,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치료법들을 익히며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Burns 박사가 인지행동치료기법으로 소개한 방법 중 세 가지를 독자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세 가지는 각각 "논리와 의미론적 기술 (Logical and Semantic Techniques)", "양적 이해 전략 (Quantitative Techniques), 그리고 "유머를 활용하는 전략 (Humor-based Technique)"입니다. 각 전략이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기회가 되면 꼭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 논리와 의미론적 기술 (Logical and Semantic Techniques)

 사람의 사고방식이 그 사람이 현실과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하는지는 굳이 강조를 안 해도 잘 아실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틀(Lens of Schema)"을 대고 주변의 사실들을 편집하며 이해합니다. 어떤 종류의 왜곡된 사고가 현대인들을 괴롭히는지에 대해서는 지난 1편에서 설명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현대인들은 넘치는 정보와 사람들 간의 교류 속에서 생존하려고 몸부림을 치며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머릿 속에는 거의 늘 " ~을 해야 해/~ 을 하면 안 되는 거야"같이 어떤 상황에서는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적 사고방식(Should thinking)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조동사 "Should"는 앵글로 색스족 언어의 한 단어인 "Scold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말의 의미는 "야단치다/꾸짖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Burns, 2006). 따라서, 자기 자신에게 "~ 야, 너는 왜 그렇게 수줍어하고 걱정이 많아, 걱정하면 안 되지(Should not))" 또는 "아, 내가 또 걱정을 지나치게 하고 있네, 걱정은 하면 안 되고 늘 밝게 웃어야 하잖아(Should)"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독백체로 말을 건넨다면, 이것은 곧, 자기 자신을 야단치며 혼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의무적인 "Should thinking"에 심하게 영향을 받고 성장하거나, 그런 사고방식에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마음속으로 끊임 없이 "저 사람은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Should not)" 또는 "아, 김 과장 저 사람 어제 회의 때는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말이야(Should)"라는 독백을 뿜어대며 남을 판단하게 됩니다. Burns 박사 (2006)는 사실 따지고 보면 의무적인 Should thinking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덕적, 법적, 과학적인 상식이 적용되는 부분과 관련된 행동 일부를 제외하고 그 외 다른 상황에서는 그다지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살인하면 안 되며 (도덕적 의무), 은행 강도가 되어서도 안되고 (법적 의무), 지금 볼펜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틀림없이 볼펜이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바닥에 떨어져야 한다 (과학적 상식)는 식의 사고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이나 말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에 대해 지나치게 판단하며 자책 또는 비난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즉, 이 세가지 부분을 제외한 다른 상황은 주관적으로 오픈된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개인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지나치게 관찰하면서 "나는 왜 이렇지? 나는 지금  ~을 해야만 하는데"라는 식의 Should thinking을 하게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그런 사고 방식으로 말미암아 우울함, 불안감, 열등감,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 등의 감정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Burns, 2006). 그래서, Burns 박사는 불안감이나 우울함이 심한 환우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독백이나 셀프 토크(Self-talk)를 가급적 보다 완곡한 표현이나 어조로 바꿀 것을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이렇게 늘 불안하고 우울하지? 다른 사람들도 내가 이런 것을 알아차리고 나를 이상하게 볼 거야"라는 독백을 "오늘 나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꽤 많이 느껴지네. 그런 감정들이 조금 더 수그러들면 좋겠는데... 만일 쉽게 조절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아"라고 "Should"대신 "Prefer(~보다는 ~것이 좋다)"를 사용한 보다 완화된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죠. 



 그리고, Burns박사 (2006)는 공황장애나 불안 장애를 경험하는 환우들은 자신을 낮추어 보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걸어오는 내면의 목소리 ("너는 나약해"/"너는 무능해"/"너는 사람들에게 임팩트가 없어")에 도전하면서 그 목소리를 한 명의 인격체로 간주하면서 그 인격체에게 자세히 무슨 이유/근거에 의해 그렇게 생각하는지 반문할 것을 제안합니다. 가령, 내면의 목소리가 "홍길동, 너의 기말페이퍼는 엉망이야. 아마 교수님도 너에게 낮은 학점을 줄 거야"라고 공격해 올 때는, "음, 그래. 나도 내 기말페이퍼가 그다지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렇게 엉망이고 형편없는지 알려줄래? 그래야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쓸 테니까"라고 반문하며 도전하는 것이죠. 이렇게 내면의 부정적 목소리가 도대체 구체적으로 나의 어떤 부분/문제 때문에 나를 그토록 공격하고 비난하는지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그런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에 도전하고 반문하며 대화하다 보면 쓴소리를 내뱉던 내면의 목소리도 점차 꼬리를 내리고, 그 목소리가 내게 내뱉던 독설도 점차 사그러 들게 되어 결국 자신감과 여유를 서서히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앞에 노트가 있다면, 나와 내 안의 부정적 목소리 간의 대화를 한 줄씩 적으며 그런 대화를 진행해봐도 좋고, 나를 도와줄 친구나 가족이 있으면 그 친구나 가족에게 부정적 내면의 목소리 역할을 하도록 부탁하고, 그/그녀가 나를 공격할 때 "구체적 원인/근거"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도전하고 저항하면 좋은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양적 이해 전략 (Quantitative Techniques)

 Burns 박사는 이 전략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가진 환우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강박증을 가진 환우에게 더욱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자기 관찰(Self Monitoring)"과 "걱정 부수기(Worry Breaks)"로 구성됩니다 (Burns, 2006). "자기 관찰"기법의 경우 방법은 무척 간단합니다. 바로 그날에 어떤 부정적 생각이나 걱정이 몇 번이나 떠올랐는지 카운트해서 숫자를 세어 기록하면 됩니다. 골프선수들이 손목에 차고서 사용하는 저렴한 점수 관리기(Score counter)를 구입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Burns 박사(2006)는 호세라는 내담자를 만났는데, 그는 자신의 눈에 자주 생기는 이물질에 대한 강박증세를 보여서, 그 이물질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의 시력이 저하되거나 아예 실명하게 될까 봐 노심초사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시력검사를 하는 강박적 불안증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urns 박사는 그에게 한 달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리 불안해도, 절대 시력 검사를 하지 말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 전략은 일종의 "노출 및 반응 방지 전략"이기도 한데 강박증상을 보이는 환우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마치, 아토피 환자가 가렵다는 이유로 해당 환부를 긁으면 잠시 동안은 시원하지만, 잠시 후 그 곳이 더 가려워지게 되어 아토피 환자가 계속, 더 세게 환부를 긁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처럼, 강박증 환우도 어떤 강박적 사고가 떠오르면 그런 불안함을 완화하고자 강박적 행동을 하면서 일순간 편안함을 느끼지만, 잠시 후 마음 속에서는 더 큰 불안함이 떠올라서 강박적 행동을 더 자주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비록 강박적 사고가 떠올라서 불안하더라도 그런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강박적 행동을 안 하고 참으면 처음에는 괴롭지만, 차차 강박적 사고가 중화되어 사라지는 것을 노린 전략입니다. 이런 현상 역시 아토피 환자가 피부가 가렵더라도 긁지 않고 참으면 가려움증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Burns 박사는 그에게 "노출 및 반응 방지 전략"을 권유함과 동시에 눈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면 시력검사 대신 그런 걱정을 기록하면서 하루에 몇 번이나 그런 걱정이 떠올랐는지 횟수를 세어 매일 밤 기록하라고 제안했습니다. 한 달간 호세는 Burns 박사의 제안을 따라 시력검사도 하지 않고, 대신 매일 시력에 대한 걱정이 몇 번이나 떠올랐는지 횟수를 세어서 밤에 기록하기만 했는데, 한 달 뒤에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시력에 대한 걱정이 아이스크림 녹듯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전문가와 연구자들은 이 방법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걱정 부수기 (Worry Breaks)"기법은 조금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효과가 좋아서 임상에서 자주 적용되고 추천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Burns 박사 (2006)에게 어떤 내과 의사가 내담자로 찾아왔습니다. 그는 실력도 있고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의사였는데, 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자신을 초조하게 만드는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그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다음과 같은 걱정에 휩싸인 채 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나는 형편없는 의사야"

"내가 방금 환자의 심장 소리를 제대로 들었나?"

"아마 뭔가 중요한 정보를 놓친 것 같아"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다른 의사들은 나보다 훨씬 친절한 매너를 가지고 있어. 나는 그다지 따뜻하고 친절하지 않아"

"내 동료들은 늘 자신만만해 보여"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고 불안정하지. 이러면 안 되는데"

"내 삶은 엉망진창이야"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며, 여기저기 뛰어나니고, 회의를 참석하며 분주하게 일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그는 머릿속에서 이런 걱정/부정적 내면의 목소리에 저항하며 그 목소리와 다투느라 남들 모르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Burns 박사는 그에게 그 목소리와 정면으로 부딪혀서 싸우고 저항하지 말고 그냥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권면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 내과 의사는 병원에서 복도를 걷거나 사무실에서 부정적 내면의 목소리가 시비를 걸어올 때면 작은 레코더를 꺼내서 마치 그 목소리와 대화하듯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 목소리가 도전해오면, "그래, 나도 알아, 나는 형편없는 의사지. 방금 진료한 환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그 정보를 알아채지 못하고 오진한 것 같아. 아마 의대생들이 나보다 더 진료를 잘할 거야. 나는 환자들이 하는 말은 듣지도 않아. 환자들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걸"이라고 대답하며 그 대답들을 모두 녹음했습니다. 그 의사는 밤에 사무실로 와서 그 날 자신이 녹음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작업을 하며 자신의 대답을 듣다 보면 짜증도 났지만, 서서히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가 주장하는 그런 부정적인 내용들이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터무니없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런 내용들이 우습게 들리게 되어 그는 더 이상 그런 내면의 목소리가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내면의 목소리가 던지는 부정적인 내용의 공격과 걱정거리가 이성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을 직감적으로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그런 바이러스 같은 걱정들과 싸워서 아예 멸균해버리기라도 할 기세로 걱정과 분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투를 벌일수록, 내가 걱정에게 펀치를 날릴수록,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따라서 걱정도 내게 그만큼의 펀치를 날리면서 나를 더 괴롭힙니다. 따라서, 걱정에 대해서 빨리 싸워서 이기고 밖으로 내쫓으려는 급한 마음을 먹기보다는, "그래 맞아, 나 그런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오히려 걱정을 지지하고 편들어 주면, 걱정이 때가 되면 알아서 소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걱정/근심은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보호하려고 내 마음을 방문하는 방문객입니다. 그런 방문객을 호전적으로 대하기보다 "응, 또 왔어? 그래 알았어, 잘 쉬다가 가라"라는 태도로 응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의 일부분은 늘 일종의 걱정/근심으로 채워지는 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근심을 칼로 도려내거나, 약으로 소독해서 멸균하려는 태도보다는, 내 마음의 방안에 켜져 있는 굳이 볼 필요 없는 켜져 있어야 하는 텔레비전으로 여기고,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둔 채 외출해서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현실을 만끽하고 귀가하겠다는 유연한 자세로 근심/걱정을 대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3. "유머를 활용하는 전략 (Humor-based Technique)"

 오랜 시간 공황장애, 불안장애, 또는 우울증에 시달려온 사람들은 마음이 움츠러들고 주눅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우울증 탈출"의 저자인 다나카 케이치 (2018)는 "긍정적이고 소심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비교적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심각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굳게 믿으며, 그런 가치관을 자랑스러워하며, 그런 가치관과 원리를 따르며 살려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그렇게 "심각하고 진지한" 성격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환우들의 이런 경향과 자신의 경험들을 복기해 보던 Burns 박사 (2006)는 "웃음" 또는 "유머"를 상담전략으로 활용해보니 효과가 의외로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독자분들도 지금까지 살면서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한 번 터진 웃음이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웃고 있다는 현실"자체가 자아내는 묘한 원리에 의해 계속, 더 크게 웃게 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필자인 저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까까머리이던 중학생 때 이발소에 가면 이발사 아저씨가 큰 커버로 제 몸을 감싸고, 수건으로 목둘레를 감고, 머리 위에 하얀 가루를 살짝 바른 뒤, "움직이지 마라"라고 말한 뒤 싹둑싹둑 소리를 내며 이발을 시작했는데, 그런 정적이 흐르는 상황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그런 상황이 웃기게 느껴져서 웃음이 터졌고, 이발사 아저씨가 "이 녀석아, 움직이지 말라니까"라고 핀잔을 줘도 오히려 더 상황이 웃기게 느껴져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유머를 활용하는 전략으로는 "수치심 공격 훈련 (Shame-Attacking Exercise)", "모순적 확대 (Paradoxical Magnification)", 그리고 "재미있는 상상기법 (Humorous Imaging)"이라는 세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인터넷을 통해 몰래카메라 동영상들을 즐겨봅니다. 남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무례한 언행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행인들을 대하며 그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묘미에 몰래카메라를 보게 되는데, 그 아이디어와 연출력도 훌륭하지만 제가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행인들이 그런 난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보다 관대하고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그것을 보는 제가 오히려 안심이 된다는 것입니다. Burns 박사도 학회 차 뉴욕에 갔을 때, 유명한 중국요리 식당에 줄을 서서 일행과 함께 순서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일행들은 모두 "수치심 공격 훈련"을 직접 해봤다고 자랑하면서, 그에게도 지금 이 식당에서 직접 시도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미션은 "앞에 있는 테이블에 가서 사람들이 먹고 있는 요리에서 소량씩 샘플을 취해도 되냐고 물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미션을 들은 Burns박사는 등골이 오싹해지고 겁이 났지만, 동료들이 격려해서, 마지못해 한 테이블로 걸어가서 그들에게 "안녕하세요, 단골손님이신가요? 먹고 계신 음식이 참 맛있어 보이네요"라고 말문을 열었고, 식사를 하던 손님들은 친절하게 응대했습니다. 여기서 용기를 얻은 그는 "매우 이상한 부탁일 수 있겠지만, 지금 드시는 음식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했고, 예상과 달리 손님들은 "당연하죠"라고 외치며, 이 음식, 저 음식에서 조금씩 음식을 떼서 그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이 후 용기를 얻은 Burns 박사는 종종 이런 수치심 공격 훈련을 시도했습니다. 가족들과 휴양지에 가서 머물던 호텔에서 고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는 엘리베이터가 한 층씩 내려갈 때마다 "다음은 29층입니다" "다음은 28층입니다"라고 크게 외쳤고,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던 사람들은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이런 수치심 공격 훈련을 직접 하려면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재치 있는 주제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잃어버렸던 "믿음"과 "애정"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순적 확대 (Paradoxical Magnification)"기법은 앞에서 설명한 "걱정 부수기"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에 대해 맞서 저항하고 싸우기보다 오히려 그 목소리를 지지하고 확대, 과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의 현실적 모습과 상황에 대해 더욱 객관적이고 타당한 시야를 얻게 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 내면의 목소리가 나에게 "너는 열등한 사람이야"라고 속삭이면, 이런 말에 맞밖아치기보다는, "응, 맞아. 사실 나는 서울에서 가장 열등한 사람일 거야.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등해.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열등한 사람이지"라고 응대하는 것입니다. Burns (2006)는 합기도 선수인 내담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합기도는 일본의 고유 무술로 용기와 절제 같은 정신무장을 강조하는데, 그 내담자는 대회를 앞두고 긴장하고 무대에서 큰 실수를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자신의 모습이 합기도의 정신에 위배되는 모습이기에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urns박사는 그에게 모순적 확대 기법을 추천했고, 내담자는 "그래, 무대에서 망가져보자. 큰 패배나 실수를 해서 사람들 사이에 아주 형편없는 선수로 소문이 나게 말이야"라는 식으로 "모순적 확대"를 매일 실습했습니다. 그 결과, 신기하게도, 대회 당일날 그 내담자는 연습 때처럼 편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상상기법 (Humorous Imaging)"은 상황을 혼자 머릿 속으로 가급적 흥미롭게 재구성해서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가령,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내면의 부정적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 목소리가 헬륨가스를 마신 사람의 목소리 또는 미키마우스의 목소리인 것으로 상상해 보면 오히려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타인(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 어울릴 때 쉽게 주눅이 들거나 부담스러워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자신과 교류하고 있는 상대방의 얼굴에 파이크림이 묻었거나,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바지 뒤에 화장실 휴지가 몇 미터 길이로 매달려 있다는 식의 상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번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은 실제로 상대방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보다 자연스럽고 편하게 임하려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미안해하거나 이런 기법을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Burns 박사(2006)를 찾아온 내담자 중에 극도로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성향도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어떤 남성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꼈습니다. Burns박사는 상담 중에 "그럼, 한 번 그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세요"라고 말했는데, 내담자는 "그건 말도 안 되죠. 저는 시도조차 못하고 그 전에 몸과 마음이 주눅 들고 얼어버릴 거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Burns박사는 "그러면, 그 사람과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 그 사람이 바지는 안 입고 팬티만 입고 있다고 상상하고 대해 보세요"라고 제안했습니다. 몇 주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그녀는 그 남자와 단둘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Burns 박사의 제안에 용기를 얻은 그녀는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이사 오셨죠?"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남자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넥타이가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말을 했는데, 이 때 머릿속으로 그 남성이 바지는 안 입고 속옷바람이라고 상상을 하자 웃음이 터졌습니다. 남자는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죠?"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차마 그런 상상을 했다고 말할 수 없어서 "그냥 당신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이 나요"라고 둘러댔고, 이 대답이 두 사람의 긴장이 풀리게 만들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상 밖으로 그 남성은 주차장에서 그녀에게 실은 얼마 전부터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말을 걸 수 없었다며,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자며 데이트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웃음의 힘, 정말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아마 오랫동안 웃음을 잃어버렸거나, 웃음의 힘을 몸소 체험한 지 오래된 상태에 있을 것입니다.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지금부터 이렇게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머릿 속으로 유머러스하게 상상하며 바라보는 훈련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이 보다 밝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런 웃음을 통해 마음에 쌓여있던 불안과 증오 같은 "사기(死氣)"를 발랄하고 재치 있는 "생기(生氣)"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독자님도 예전에는 이렇게 재치와 익살이 넘치는 그런 분이 아니셨나요?



지금까지, Burns 박사가 소개한 다양한 기법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다양한 기법들을 이해하고 실습하다 보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불행하게도,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신질환 증상은 대체로 증상개선 효과가 Up and Down을 거치며 개선과 악화를 조금씩 반복하며 서서히 좋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자신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여기고, 조금 더 인내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 낸 자신을 칭찬하며, 소소한 흐뭇함을 느끼는 저녁이 되셨으면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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