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
사람은 감정에 의해 무척 크고 예민하게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 보일 때는 하늘도 더 파랗게 보이고, 물은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지며, 옆에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나처럼 기분이 좋아 보이지만, 내가 기분이 안좋거나 예민할 때는 하늘도 회색 빛으로 보이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나처럼 기분이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처럼 사고와 감정은 긴밀한 영향을 갖고 있기에 오랜동안 우울하거나 불안한 기분으로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현실이나 사건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커녕 최소한 객관적으로, 또는 사실 중심으로조차 보지 못하며 이미 마음에 잔뜩 낀 부정적인 렌즈를 통해 현실을 왜곡(Distortion)해서 보게 됩니다.
불안 장애나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환우분들이 상담소나 신경정신과에 가면 그 곳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상담기법 중 하나가 바로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Therapy 또는 Cognitive Behavrioal Therapy (CBT))"입니다. 이 모델은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대로 느끼고 판단하게 된다"는 원리에 따라 내담자가 가진 왜곡된 사고체계를 균형 잡아주면서 현실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건강한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어 결과적으로 보다 편한 감정과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When Panic Attacks"라는 책의 저자인 미국의 신경정신과 의사 Burns박사는 인지행동치료만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꾸준히 시도해도 약물치료 없이 불안장애나 우울증, 또는 공황장애에서 치료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흔히 제약광고나 신경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이 뇌내 호르몬의 불균형이 발생해서 생긴 정신질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말하며, 약물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개인마다 습관화된 만성적 왜곡 체계만 잘 다루고 바꾸어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제 자신이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성공적으로 정신질환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 내담자들의 사례들을 많이 소개했습니다.
그러면, Burns박사가 소개한 인지행동치료기법의 일부분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우리들이 다음과 같은 흔한 인지 왜곡 패턴을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Burns, 2006, p.16)
1.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All or nothing Thinking) - 지나친 흑백논리로서, 예를 들어, 만일 "당신이 성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낙오자임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방식
2. 지나친 일반화 (Overgeneralization) - 어떤 일순간의 사건이나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이 그런 식이라고 일반화해버리는 생각. 예) "나는 항상 이런 식이야"/"나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지"
3. 정신적 여과 선택 (Mental Filtering) - 어떤 실수나 실책 하나를 통해 전체를 안 좋게 평가해 버리는 사고. 예) 내가 이 과목을 망쳤으니, 이번 기말고사는 결국 다 망친 셈이야. 내 내신성적은 절망적이야
4. 긍정적 요소의 무시 (Discounting the Positive) - 내가 그동안 이룬 업적과 성과를 귀하게 여기지 않음
5. 성급한 결론 (Jumping to Conclusion) - 사실에 입각하지도 않은 채, 성급하고 무리하게 결론을 도출함. 성급한 결론에는 독심술(Mind Reading)과 예언술 (Fortune Telling)이 두 가지가 있다.
독심술 - 사람들의 마음을 자신이 안다고 느끼며 타인들이 나를 무시하고 깔본다고 예측함
예언술 - 뭔가 심각하고 끔찍한 일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함
6. 극대화/극소화 (Magnification/Minimization) -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크게 작게 생각함. 예) 아주 작은 실수했거나 결함때문에 자신의 모든 성격과 행동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생각함
7. 감정적 추론 (Emotional Reasoning) - 감정에 기반해서 현실을 해석함. 예)"지금 내가 예민하고 불안하니, 이것은 내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에 틀림없어"/"나는 왠지 내가 패배자같이 느껴지는데,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나는 분명히 패배자일거야"
8. 무조건적인 의무 강요 사고 (Should Statement) -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저건 그렇면 안 되는데(Should not)" 또는 "아니, 저건 그렇게 했어야지(Should)"라는 식으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 예)"나는 지나치게 부끄러워하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수줍고 부끄럽지? 내게는 문제가 있어"
9. 낙인찍기 (Labeling) - 사소한 행동이나 말에 기반해서 자신에게 낙인을 찍음. 예)"나는 실수를 했어. 그러니 나는 패배자야"
10. 비난 (Blaming) - 문제의 원인을 알아보고 그 원인을 개선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비난하는데 급급함. 비난에는 자기 비난과 타인 비난이 있음.
자기 비난 - 자기가 책임질 일이 아닌데도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이 실수를 하면 자신을 혹독하게 스스로 몰아세움
타인 비난 - 문제가 생기면 타인들을 비난하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음.
이런 종류의 왜곡된 사고 체제는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자기 자신을 침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분별력을 갖고 자기 관찰을 하지 않으면, 그 왜곡이 만성화되고 어떤 경우에는 더 심화돼서 삶의 균형과 조화가 깨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부조화와 불균형이 주는 스트레스와 상실감은 당사자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불쾌감을 이겨내고자 그런 왜곡된 사고방식에 상응하는 또 다른 극단적이고 힘든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신이 열등하고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뛰어난 성과를 내고자 의지를 다지게 되고, 그 결과 자칫하면 지나치게 일만 열심히 하는 워커홀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불안 장애나 우울증을 겪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증상들이 자신의 불균형하고 왜곡된 오랜 신념 체제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신념 체계나 사고방식을 점검해 보면 삶을 보다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위험/사고"에 대한 반응이며, 우울함은 마치 비극적인 일이 이미 벌어진 것처럼 느끼는데서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Burns, 2006).
이렇게 왜곡된 사고방식이 점차 커지면 "자신을 파괴하는 신념 (Self-Defeating Belief, SDBs)"도 커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SDBs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Burns, 2006, p.106).
1. 성과 (Achievement)
(1) 성과에 대한 완벽주의 - 나는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안 된다.
(2) 평가에 대한 완벽주의 - 내가 결함이 있거나 약하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3) 성과에 대한 중독 - 나의 성과, 지능, 재능, 사회적 지위, 수입, 외모가 나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결정한다.
2. 애정 (Love)
(1) 승인/인정 중독 - 나는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받아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2) 애정 중독 - 나는 타인에게서 사랑을 받아야만 행복감을 느낀다. 사랑받지 못하면 내 삶은 무가치하다.
(3) 거절에 대한 공포 - 타인이 나를 거절하면, 그것은 내게 분명히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나는 비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3. 순종
(1) 타인을 만족시킴 - 비록 내가 힘들더라도 나는 타인들을 늘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2) 갈등에 대한 공포 - 서로 사랑하는 관계의 사람들 간에는 그 어떤 싸움이나 언쟁도 있어서는 안 된다.
(3) 자기 비난 - 어떤 인간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내 탓이고 나의 잘못 때문이다.
4. 요구
(1) 타인 비난 - 인간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2) 자격 - 당신은 언제나 내가 기대하는 대로 나를 대우해야 한다.
(3) 진실 - 나는 언제나 옳고 당신은 틀렸다.
5. 우울함
(1) 희망의 부재 - 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도 행복감이나 보람을 느낄 수 없다.
(2) 무가치함/열등감 - 나는 무가치하고, 결점 투성이며, 다른 사람들보다 열등하다.
6. 불안함
(1) 감정적 완벽주의 - 나는 언제나 행복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감정이 조절되어야 한다.
(2) 분노에 대한 공포 - "분노/화"는 위험한 감정이며 언제나 어떤 경우라도 회피되어야 하는 감정이다.
(3) 감정에 대한 공포증 - 나는 나의 슬픔, 불안, 부적절함, 질투, 또는 예민함과 같은 감정을 느끼면 안 되고, 타인에게 나의 감정을 보이지 않도록 언제나 감정을 억누르고 숨겨야 한다.
(4) 인지된 나르시즘 - 내가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언제나 욕심이 많고, 야망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뿐이다.
(5) 소규모의 오류 - 사람들은 모두 복제인간처럼 똑같은 사고방식을 지녔다. 어떤 사람이 나를 무시하고 경멸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나를 무시하고 경멸할 것이다.
(6) 주목하는 오류 - 내가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대화하는 것은 모두의 주목을 받는 행위이다. 따라서 타인과 교류하고 대화할 때는 지적이고, 재치 있고, 재미있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7) 마술적 사고 - 내가 걱정을 많이 하면, 걱정했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 괜찮은 것들임을 알게 될 것이다.
7. 기타
(1) 절망에 대한 저항 - 나는 절대 절망하면 안 된다. 삶은 늘 쉬운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2) 슈퍼맨/슈퍼워먼 - 나는 늘 강해야 하고 절대 약하면 안 된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도 대부분 여기서 언급된 왜곡된 사고 체제나 "자신을 파괴하는 신념"중에서 한 두 가지는 습관처럼 반복해 오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이나 습관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없애려고 조바심을 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일단 그런 경향과 습관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파악을 한 것만 해도 큰 결실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Burns박사는 이런 왜곡된 사고 체제와 잘못된 신념을 바로잡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가지 제시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 중에서 세 가지를 골라서 독자분들과 나눠보려 합니다. 그 세 가지 전략은 "What- If Technique", "Compassion-based Technique", 그리고 "Truth-based Technique"입니다. 한 가지씩 설명드리겠습니다.
1. "What-If Technique"
이 전략은 대략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을 사용하면 독자분의 걱정/불안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를 발견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마음 속에 있는 불안감과 걱정, 또는 우울한 생각 등에 집중한 뒤 "그래서 그 일이 실제로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뭐지?"라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Burns박사가 예로든 Kristin이라는 여성과의 상담 대화를 보면 이해가 더 잘 될 것입니다.
Burns 박사: 만일 식료품점에서 당신이 손수건을 복도에 떨어뜨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죠? 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게 무엇입니까?
Kristin: 글쎄요, 아마도 끔찍한 범죄가 일어날 거예요. 누군가 거기서 살인을 당하게 될 수 있어요.
Burns 박사: 알겠습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봅시다. 당신이 손수건을 떨어뜨렸고, 거기서 누군가가 살해당합니다. 그럼 그 다음은 뭐죠? 무엇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거죠?
Kristin: 경찰이 그 현장에서 손수건을 발견할 것이고 DNA를 검사한 뒤 내가 손수건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Burns 박사: 그래요. 경찰이 당신의 손수건을 찾고, 그 주인이 당신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뭐죠? 무엇이 두려운 거죠?
Kristin: 그들은 내가 살인자라고 결론을 내리고, 나를 체포할 거예요. 나는 알리바이가 없고 거기에 유일하게 있었던 사람이니까요
Burns 박사: 그래요. 경찰관이 당신을 체포했다고 합시다. 그 다음은 뭐죠? 무엇이 가장 두렵습니까?
Kristin: 그들은 나를 재판에 회부할 것이고 나는 살인죄로 기소되겠죠.
Burns 박사: 그리고 나면요?
Kristin: 그들은 나를 감옥에 가두고 나는 감옥에서 평생을 썩게 되겠죠
Burns 박사: 물론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죠. 감옥에 있는 것은 뭘 의미하나요? 무엇이 두렵죠?
Kristin: 내 아들들은 엄마 없이 커야 하잖아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감옥에 있으면 안 되죠.
이 대화를 통해서 Burns박사는 내담자가 아들을 매우 걱정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아들은 학교에서 소란을 자주 피워서 문제 아동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무리 교육을 제대로 하려고 해도 아들의 행동은 그다지 변하지 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신 분석이론에 의하면 그녀는 자신을 학대하고 벌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처벌을 하고 싶어 하는 바램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안은 그 사람의 내부 의식세계에서 느껴지는 것이 매개물로서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Burns, 2006). 이런 방법과 분석을 통해서 Burns박사는 내담자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해하게 했고, 그녀를 격려해서 그 공포와 걱정에 직면해서 맞서게 했습니다. 일종의 노출 치료가 진행된 것이죠.
2. Compassion-Based Techique
이 전략은 "동정심 기반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해 동일하지 않은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과 타인을 차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타인이 어떤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면 위로해 주기도 하고, 그런 실수를 너그럽게 눈감아 주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하거나 문제에 휘말리게 되면,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비난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서 차를 망가뜨린 경우, "어휴, 왜 이렇게 멍청하게 운전을 했지?"/"나는 운전에 소질이 없나 봐... 운전을 하지 말까?"/"나는 왜 늘 이렇게 부주의할까?"라는 말을 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기 비난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적절한 반성과 운전 기술 향상을 위한 문제 점검 정도는 필요한 행동일 수 있지만 자신을 지나치게 냉정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입니다. 만약에 친한 친구나 동료가 비슷한 방식으로 교통사고를 내서 망연자실하고 있어도 자신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게 저런 냉정한 비판을 하는 말을 그 사람들에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 교통 사고를 낸 다른 이들에게는 "응 그랬구나, 얼마나 놀랐겠어? 괜찮아?"/"어휴, 그래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군. 비용처리는 보험회사에서 다 해주는 건가?"/"나도 예전에 그런 사고가 났었어. 조심해야지"라는 식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격려하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매정하고 차가운 말과 태도를 자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늘 합리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실패나 잘못을 했다면, 그 행동이나 말이 어떤 이유로 문제가 되었고, 실패를 유발했는지 침착히 돌이켜보고 다가올 새로운 상황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타인보다 자신에게 더 솔직하고 엄격한 자세가 때론 필요하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자기에게 가혹한 비난을 하고 무한한 책임을 감수하면서 자기 비하를 일삼는 습관을 보다 균형 잡힌 태도로 바꿔줄 필요가 있습니다.
3. Truth-based Techque
이 전략은 "진실에 기반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처럼, 우리가 곡해 없이 진리에 의존하면 불필요한 불안감과 우울함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크게 네 가지 세부 전략으로 나뉩니다. "증거 검사 방식", "실험 전략", "설문조사 방식", 그리고 "책임 재전가 전략"이 그 네 가지입니다.
일단, "증거 검사 방식"은 마음 속에 어떤 불안감이나 우울한 생각이 떠오를 때, 그런 생각에 대해서 "증거를 대봐, 그런 일이 가능한 증거는?"이라고 질문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에 타면 비행기 사고가 나서 추락할까 봐 걱정이 돼서 불안한 기분이 되어 비행기 탑승을 못하는 내담자가 있다면, 전문가는 관련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보여줘서 실제로 비행기 사고는 그 확률이 극히 낮아서, 22,000년간 매일 비행기를 타야 한 번쯤 비행기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과 비행기 사고는 자동차 교통사고율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내담자의 불안감을 낮춰줄 수 있습니다 (Burns, 2009).
"실험 전략"은 내담자가 근거 없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신념이나 근심거리에 대해 실제로 실험을 하게 함으로써 그런 신념과 걱정이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체감하며 확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외모가 준수하고 매력이 있는 어떤 남성은 여성들이 자신의 겨드랑이 땀을 보면 질색하고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믿어서 오랫동안 만나는 연인이 없이 지냈는데, Burns 박사는 그와 함께 운동복을 입고 실컷 땀을 흘린 뒤 여러 군데의 편의점에 가서 그가 일부러 겨드랑이가 보이도록 팔을 높이 들고 음료수를 마시며 계산대 근처에 서있다가 옆에 있는 젊은 여성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어 보도록 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은 그의 겨드랑이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의 외모와 매력에 관심을 보였으며, 심지어 그 중에 몇 명은 웃으면서 호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Burns, 2009). 이런 식의 실험을 해보려면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다만, 적당한 선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런 실험을 통해 만성적인 불안 요소와 왜곡된 신념 체제를 중화시키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설문 조사 방식"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며 자신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타당하고 정상적인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Burns 박사의 내담자 중에는 오랜 시간 동안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실의에 빠져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힘들게 살바에는 죽고 싶다며 아마도 자신이 죽으면 가족들도 후련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그 내담자는 "내가 죽으면 가족들도 부담이 없어져서 후련해하겠죠?"라고 병원 휴게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가족도 비슷한 이유로 자살한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아직도 그 가족을 못 잊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고, 어떤 간호사는 그렇게 죽으면 가족들은 평생 가슴에 한이 맺힐 것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비록 현재 가족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죽으면 그것은 그런 부담을 주는 것보다 훨씬 큰 상처와 실망을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이런 솔직한 질문을 해서 놀랍고 그 질문을 한 사람이 용감하다며 격려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내담자는 자살하려던 생각을 반성하며 포기했고, 가슴 속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가 정말 부담스러운 짐 거리가 되어도 괜찮다는 거죠?"라고 말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Burns, 2006). 이렇듯, 깊은 불안과 우울함은 당사자의 사고방식을 굉장히 비논리적이고 왜곡되게 만듭니다. 물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는 모르지만, 어느새 60도가 넘고, 80도가 넘어, 100도가 된 뒤에 끓는 물이 되듯이, 불안과 우울함은 사람의 마음을 당사자가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에 천천히 잠식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마음가짐이나 감정상태, 사고방식이 얼마나 타당하고 건전한지 가끔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가장 좋은 방식 중 하나가 주변인들에게 설문 조사하듯이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임 재전가 전략"은 자기 비난을 자주 하고 감정에 의해 쉽게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사람은 우울하고 불안할 때, 자신이 책임질 이유도 없는 일에 대해 자책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Burns, 2006). 그래서 어떤 문제에 대해 내가 정말 책임질 이유가 있는지 천천히 따져보며 문제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책임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전략이 바로 "책임 재전가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 여성 앞에서 말을 잘 못하고, 표정이 의도와 상관없이 경직되고, 감정 표현에 서툴러하는 자신의 수줍음 많은 성격에 대해 콤플렉스를 지닌 청년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청년이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가게 점원인 여성이 그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했고, 그 청년은 순간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 계산대에 서게 되면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기분 좋게 가게를 나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까이 가던 순간 머릿속에서 "내가 만일 그녀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녀 반응이 시큰둥하면 나는 완전히 망신당하는 거고 나는 패배자가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 때문에 그는 굳은 표정으로 그냥 물건에 대한 계산만 끝내고 황급히 가게를 빠져나왔습니다. 이런 경우 그 청년은 이런 모든 과정과 상황에 대해 "어휴 또 수줍고 소심하게 행동하고 말았네... 나는 왜 이렇지?"라고 생각하며 모든 책임과 화살을 자신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다시 그 계산대로 돌아갔을 때 머릿 속에 "만일 그녀에게 말을 걸었을 때 혹시라도 그녀가 시큰둥하게 반응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든다면, 그런 상황에 대한 해석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만약 그녀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남자가 가진 원인보다는 다음과 같은 원인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Burns, 2006).
- 그녀가 기혼자이기 때문에
- 그녀가 남자 친구가 있기 때문에
- 그녀가 현재 다른 이유로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 가게 규칙상 점원은 손님과 그런 사적인 교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 그녀의 성격이 수줍음이 많기 때문에
따라서, 이 전략은 어떤 문제에 대해 무조건 원인을 자신으로만 돌리기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폭넓은 시야로 상황을 보고 보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원인들을 찾고 만일 가능하다면 그 원인을 바꾸거나 해결하면서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하는 전략입니다. 그렇다고, 이 전략이 자신의 분명한 잘못마저 합리화하여 화살을 남에게 돌리거나 책임을 전가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넓은 범위에서 보다 타당한 방식으로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몰아붙이고 자기비하를 하지 않게 될 수 있어서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패배의식에 빠지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지행동치료 방식 중 몇 가지를 함께 나누며 독자분들이 가지고 계실지도 모를 왜곡된 사고 체제와 신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불안과 우울함을 이겨 내는 데는 수 많은 방법이 있지만, 그런 과정을 견뎌내려면 무엇보다 희망과 믿음을 꾸준히 지켜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장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세상과 사람들을 매서운 "사기"의 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긍정적인 "생기"의 눈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주효합니다.
오늘도 하루를 잘 버텨준 자신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며, 감사할 수 있는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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