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이연 11화

돌아오지 않아도, 피어나는 계절처럼

우리는, 기억으로 남는다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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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을 감으면

어린 날의 조각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바람이 나를 스쳐가듯,

내 마음도 스산하게 흔들렸다.


고여 있던 감정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나는 오래도록 흔들렸구나.


마음을 채우지 못해

참 많은 밤을, 많은 낮을

그저 버텼다.


그러다 문득,

바람에 내 마음을 흘려보냈다.


그 수많은 밤의 외로움,

한낮의 차가움,

그리고 별을 벗 삼아

혼자였던 나를, 나는 천천히 조각해보았다.


시간은 언제나 일정하게 흐른다지만

우리를 둘러싼 거리들은 달라져 있었다.


어떤 날엔

그림자의 짝이 너인 것 같다가도

결국, 그 그림자는

오직 나 혼자만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서로를 안아주려 했던

따뜻했던 체온,

소리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은

지워지지 않는 지문이 되어

내 안에 남았다.


애써 비워내려 한 마음,

그렇게 결국엔

홀로 남아졌다.


너의 빈 자리를

나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돌아오는 길에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길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고,

그저 여백을 남긴 채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내가 살아질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여백이, 그 기억이

나를 또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잊히는 것,

살아지는 것이

꼭 답이 아니었다.


때로는

남아 있는 것들이

우리를 기억하게 한다는 것을.


그렇게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계절들이

돌고 돌아

또 나를 살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해주었다.


다시 살아가야 한다고.

너라는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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