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그림의 일부 6개월에서 2년까지는 연차에 대해서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내가 연차에 대해서 인식했던 시기는 선생님들 때문인 게
컸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에게 나는 오래된 선생님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여기에 몇 년 동안 있었지?를 자연스럽게
계산해 보게 됐다.
오래된 선생님은 그럼 좋은 선생님이 되었을까?
나는 묻고 싶다.
내가 과연 좋은 선생님이 되고 있을까?
내가 좋은 선생님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세심한 선생님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은 미술학원에 올 때 보통 그림을 배우려 오는 게
1차적 목표이다. 그럼 미술학원에서 미술만 잘 가르치면
미술 학원의 임무는 끝나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술은 다른 학문과는 표면적으로 다른 게 있다.
그건 미술이 감정을 다루고 표현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거다.
나는 미술의 테크닉도, 미술의 기초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전공자에게 더 필요한 조건이고.
지금 우리 초등 아이들에게 미술은 감정을 교류하고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7년 차 미술선생님인 내가 생각하는 초등 미술학원은 감정을 공유하고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공간이 더 맞는 역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오면 더 많이 장난하고 더 많이 수다를 떤다. 그럼 그림은 언제 그리나요? 하시겠지.
근데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 아이들은 질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계속 수다만 떨자고 얘기하지 않는다.
수다가 꼭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고 수다를 통해 아이들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있고 잘했고.
이 말은 아이들에게 가장 용기가 되는 말이다.
절대 칭찬을 아끼지 말자.
절대 아이들을 비난하지 말자.
재미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자.
계속 공부하자.
아이들을 많이 웃게 해 주자.
어떤 한 여자아이가 있다.
어느 날은 와서 내게 얘기한다. 조금은 수줍게 하지만 즐겁게.
"근데 있잖아요, 자려고 누웠는데요. 갑자기 선생님 얼굴이 딱 생각나는 거예요."
그러면서 웃는다.
그럼 나는
"몰라, 몰라."
내 반응에 아이들이 또 한바탕 웃는다.
아이들에게 이런 함박웃음 가득한 소나기가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