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후 부모님 앞에서 엉엉 소리 내어 우는 것이 처음인 자식을 보며 위로받아야 하는 부모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애써 담담하다. '내 하늘이 무너졌다.' 이보다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은 없다. 정작 무너진 하늘은 소리조차 못 낸다. 지독히 이기적인 자식은 눈물조차 자신밖에 모른다.
하늘이 무너져도 생계형 직장인은 출근을 했다. 매 순간 많은 사람을 대면하고 쉼 없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 직장인은어떤 표정으로 말하고 움직이고 있는지 모른다. 고장 난 뇌는자기 몸과 표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며칠이 지나자조금씩 음식이 목구멍으로 들어가고 심지어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들리지 않던 동료들의 수다 속에 재미가 느껴진다. '이 상황에 밥이 맛있니?', ' 이 상황에 웃음이 나니?' 어처구니없는 자신을 보며 끊임없는 자학이 영혼을집어삼킨다.얼굴은 눈과 입이 따로 멋대로 움직이며 괴이한 표정을 짓는다.
진심으로 함께 울어주고 더없이 따뜻하게 내밀어주는 주변의 위로들도꽉 차버린 감정이 작은 빈틈도 내주지 않는다.
'웃을 수 있어. 웃을 수 있으면 웃어야지. 더 많이 웃어야지 왜 못 웃어.'애써 일상을 이야기하는 나에게 무심한 듯 덤덤하게 툭 건네진 한 마디. 따뜻한 위로도 포근함도 없는 이 한 마디 '웃을 수 있어.'는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마법 같은 주문이었다.
웃음이 나면 웃었다. 슬프면 울었다. 아프면 찡그리고 좋으면 신나 했다. 24시간 매 순간 같은 감정만 느낄 수는 없는 거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며 조금씩 표정을 되찾아갔다.내 슬픔이 깊숙이 스며든 자리에는 타인의 위로가 자리할 공간이 생기고 스멀스멀 가슴속에 온기도 채워졌다.
무너진 하늘에서 구름 한 조각을 붙잡고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 구름을 봉지에 넣어서 붙잡으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아이는 구름은 수증기일 뿐 언젠가는 비가 되어 땅으로 스며들면 끝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내가 붙잡은 구름 한 조각은 영원히 둥둥 하늘에 떠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데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듣고 싶은 딱 한마디면 된다. 오늘은 오늘만 있으면 된다. 그뿐이다. 나의 구름은 오늘도 나를 둥둥 날 수 있게 해 주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