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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Jun 25. 2024

6화. 오리

한숲 일기 / 에세이

  이곳에 이사 와서 산책은 일상이 되었다. 산책 코스도 정해져서 이제는 눈감고도 다닐 수 있다. 시간도 거의 일정해서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일조량과 일몰 시각으로 건물들의 달라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대형 연못, 하천, 저수지들에서 만나는 오리들이 산책에서 만나는 즐거움이다. 오리들은 무리를 이뤄 제각기 자기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새끼 오리들은 어미를 따라서 학교 가듯 줄지어 유영한다. 


  오리는 상당히 머리가 좋고, 친화성이 높아 보인다. 도서관 옆 대형 연못에 있는 오리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끔 장난을 치면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쫓아와서 부리로 발을 쪼으기도 한다. 먹이를 주면 다가와서 능청스럽게 받아먹는다. 큰 오리발 때문에 걷는 모습이 굼뜨고, 뒤뚱거려 귀엽다. 몸이 더럽지 않도록 햇볕에 앉아서 그루밍(grooming) 관리를 열심히 해서인지 깔끔해 보인다. 이제는 동네 카페에 동정이 나올 정도로 명물이 되었다. 


  오랜 아파트 생활하면서 산책을 하거나 어떤 동물에 관심을 가진 적이 별로 없었다. 바쁘게 살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도시 생활에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산책하다 지나가는 개들을 보면 이제 어느 집 개인지도 알 정도이다. 저수지나 하천의 오리들은 주로 철새 오리들이 자리 잡는 곳이어서인지, 연못에 있는 오리들과는 달리 여유가 없어 보인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집오리들과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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