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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키이우의 눈물

나는 추억 여행을 한다. / 에세이

by 김창수 Feb 10. 2025

  회사에서 우크라이나를 담당하며 총리를 포함한 많은 고위급 공무원들을 만났다. 그들은 많은 투자를 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우크라이나 고위 고위급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여러 공장을 보여주기 위해서 헬기를 띄워가며 안내를 했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선진국의 번영이 첨단 기술산업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몇 해가 지나면서 그동안의 노력으로 모든 투자 계획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였다.   

   

  처음 ‘키이우’를 방문했을 때는 러시아식 발음인 ‘키예프’였다. 쏘비에트연방 이전에는 키예프 공국,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공국, 모스코 공국으로 천도하면서 러시아 혁명 이후, 모스크바가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사견으로는 아직도 키예프가 슬라브의 원조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슬라브족이 가지고 있는 문화,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주재를 했을 때, 우크라이나인들과 접촉을 해보면 언어, 행동, 정서가 슬라브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는 슬라브의 영광이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키이우에 있는 레닌 거리의 오래된 웅장한 건물들과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던 시민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성소피아 광장, 그 주변도로에 수백 년 전에 화강암 잔돌로 깔려 있는 도로 그리고 패튼교와 수많은 다리들이 놓여 있는 드네프르강의 아름다움이 그리워진다. 쏘비에트 연방 시절, 대학 건물에 ‘러시아 물러가라’는 구호의 스프레이를 뿌려서 건물 전체를 빨간 페인트를 칠해버려 붉은 대학으로 불리는 키이우 대학과 설립자이자 시인, 화가, 혁명가인 ‘타라스 셰우첸코’의 동상이 기억난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러시아의 키예프 폭격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근거 있는 소문들이 나돌았으나, 결국 푸틴의 광기적인 행동이 발동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전쟁 종식 시기를 물어왔을 때, 쉽게 끝날 전쟁은 아니라고 했다.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나토 영역에서 제외한다는 보장이 없는 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며, 유사시에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유럽 진출을 막아버리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전쟁 목적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시아계들의 우크라인들과의 분쟁 및 탈 러시아 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성향 억제 그리고 군사적 요충지인 과거 러시아 ‘흑해 함대’가 있던 오데사의 탈환이 주요 타깃이었다, 물론 우크라이나 동부의 흑토지역의 밀 곡창지대도 포함했다. 러시아가 몇 년 전 크림반도 쪽으로 이미 영토를 확장했으나, 지중해의 패권, 즉 유럽의 진출을 위해서는 ‘흑해 함대'가 필요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결국 한국이 일본과의 가깝고도 먼 나라처럼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도 결국 슬라브의 원조라는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러시아에 대응하는 것은 그들이 이런 자존심을 지키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기록은 우크라이나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폭격과 전투로 수만은 희생자와 건물이 파괴되어 국토가 황폐화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서 국민이 힘을 합쳐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 언젠가는 그들이 다녔던 드네프르강 주변에 많은 카페들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곳에 젊은 남녀들 뿐 아니라 노부부들이 드네프르강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며 우크라이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들이 러시아에 대항하는 강한 의지를 보면, 지금 드네프르강에 흐르는 피눈물이 웃음소리로 가득 찰 날이 곧 올 것이라 확신한다. 전쟁이 끝나면, 재건사업과 함께 중단되었던 우크라이나의 투자 사업이 지속되길 바라며, 우크라이나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서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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