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제주로
오전 7시 30분까지 목포항에 도착해야 한다.
차를 배에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달살이 짐을 가득 실은 차는 곧 터질지경이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려 했는데, 선생님들에게 꼬리가 잡혀 늦게까지 마신 술기운이 좀 남아있다.
안개가 짖게 깔린 고속도로.
오늘은 많이 더울 모양이다.
퇴임식, 제자들과 베트남 여행, 이사까지 숨돌릴 틈 없이 지나가는 시간.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꼭 내꼴이다.
갑자기 일이 없어지면 허전하고 우울해지기 쉽다면서 추천한 제주도 한달살이.
거창한 계획은 없다.
발 가는데로 맘 가는데로 흘러가리라.
짐작처럼 구겨져 이리저리 쓸려다녔던 경험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출혈을 했다.
정해진 침대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안정감을 주다니.
매점에서 식사를 한다, 시원하게 바다를 보며 맥주도 한 잔.
들뜬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추자도를 넘어가는지 섬들이 멀리 물러선다.
아무곳에나 낚시를 드리우면 고기가 잡히지 않을까 싶은데, 고기잡는 배들은 자리를 찾아가느라 바쁘다.
넓은 바다라도 아무 곳에나
고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발 디딜 틈 없는 시장이라도
장사 잘되는 집은 따로 있다
잘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사랑받는 길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다 제 하기 나름이다
한달 사라야 하는 예약한 숙소.
애월의 중산간에 있는 조용한 리조트.
오후 3시에 체크인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비하느라 바쁘다.
기다리는 수밖에.
조금 넓은 방으로 옮겨주었으니 기다린 보람은 있다.
규모보다 주변이 다소 어수선한 것은 중국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조금 타격을 받지 않았을까 짐작만 해본다.
동문시장에 들러 늦은 점심겸 저녁까지 든든하게 속을 채운다.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널려있으니 찬찬히 쉬엄쉬엄 둘러보자.
배의 울렁거림이 남아있는지 자꾸 발이 엇갈리고 있다.
오늘은 푹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