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인생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다.

우리 집 둘째, 어린이집 등원 첫날 일지

by 조이현

오늘 아침,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평소 같았다면 해방이다! 하며 7시간의 자유를 만끽했겠지만

가슴에 돌을 얹은 듯 답답하고 초조하다.

먹구름 가득한 꿀꿀한 하늘이 마치 내 기분 같구나.

내 기분이 이런 건 다 이유가 있다.

오늘은 바로 태어난 지 343일 된 우리 집 둘째가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하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젖먹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어떤 날은

'아기 때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던데... 6개월만 더 데리고 있자..' 하며 단념하다가도

'이보다 더 어린 아기들도 가는데, 괜찮아...' 하며 나를 다독이기도 했다.

바람 앞에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던 내 마음을 하루빨리 정해야 했다.

왜냐하면 나에겐 커다란 숙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복직을 하느냐! 마느냐!


휴직을 한 모든 워킹맘들의 고민거리. 복직.

나는 일하는 내가 좋다.

직장에서 과업을 맡게 될 때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이 닥쳐올 때도

힘이 들긴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취주의자답게

힘든 일들을 해결해 가며 도장 깨기를 하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두 아이 출산 후 찾아온 육아휴직은 오롯이 우리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아쉬움도 분명히 있었다.


복직과 휴직연장. 그 선택의 기로에서 둘째 아이의 등원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나는 3월 복직을 선택했다.

나의 삶을 살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행복한 엄마가 되자.



그렇게 결정된 등원.

오늘은 아이가 11개월 인생에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순둥이지만 낯을 가리는 아이가 혹여나 울지는 않을까 긴장된 내 마음과 달리

등원 사실을 알리 없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는 외출에 신이 났는지

방긋방긋 잘도 웃는다. 어린이집도 웃으며 가보자!


드디어 어린이집에 입성.

'어? 여기가 어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탐색하기 바쁘다.

휴... 다행히 울지 않네? 어쩌면 기대보다 괜찮지 않을... 까...?

아... 아니다..

역시나 뿌엥!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 쉽지 않겠지.

집이 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11개월 너에게 처음부터 많은 걸 바라지 않겠다.

그래도 아이는 고맙게도 잠깐의 탐색시간을 거쳐

평소 좋아하는 공 장난감을 손에 쥐고

손수건으로 까꿍놀이를 해가며 진땀 나는 2시간을 잘 견뎌주었다.

이번 한 주는 아이의 적응기간이라 오전 내내 내가 함께한다.

기간 동안 선생님의 얼굴도 익혀야 하고 낯선 공간과도 친해져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된 나의 작은 아기.



어린 아기를 두고 복직을 하는 것이 나의 욕심인가 싶어 미안하다.

그러나 즐겁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교육일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면

일하는 내 모습은 분명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

엄마가 되어도 자아를 지킬 수 있다는 것.

훗날 누군가의 엄마가 될지도 모를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 삶을 먼저 살아보는 엄마가 되자'는 나의 다짐처럼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엄마도 함께 커가는 삶을 먼저 살아보고 싶다.


낯선 환경에서 고단했는지 아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도 벗기 전에 뻗어버렸다.

발갛게 상기된 아이의 말간 얼굴을 들여다보며

3월에 닥칠 우리 집의 변화를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그 변화의 바람이 훈풍이 되기를 기원하며

내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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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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