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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Sep 27. 2023

신나게 놀기 위해 홍삼을 먹는다

이승철 콘서트를 다녀와서


"자기야, 우리 또 콘서트 보러 갈까?"

7월 말 어느 주말 저녁에 남편과 맥주를 한 잔 마시다가 기분이 좋아 음악을 틀었다. 노래를 듣다 보니 지난겨울에 이문세 콘서트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났다.

"좋아."

나는 그 자리에서 티켓사이트를 열어 우리 둘 다 좋아할 만한 가수의 콘서트 일정이 있는지를 살폈다.

"이승철 어때? 9월 23일 토요일, 이문세콘서트 봤던 아람누리 극장, 1층에 자리 있어. 콜?"


그렇게 기분에 취해 예매를 해놓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두 달이 지나 그날이 왔다


"희야~~ 날 좀 바라봐~"

내가 중학교 2학년때였다. 부활의 보컬 이승철이 희야를 외치면 내 주변에 명희, 진희, 은희, 희진이 그런 희들이 몽땅 쓰러졌었다. 이승철을 딱히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내 이름에는 왜 희가 들어가지 않는지 살짝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문득 그 시절 내 친구 희가 그리웠다. 잘 살고 있니?


공연시간 보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도착해 주변을 산책했다. 공연장 근처에 우리가 신혼 때 1년 정도를 살았던 오피스텔이 있다. 그때 이야기도 하고 지금 이야기도 하면서 삼십 분 정도를 걷다가 차를 한 잔 마시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이문세 공연 때도 느꼈지만 연차가 오래된 가수의 콘서트장에 오니 내가 젊게 느껴진다. 나 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공연 시작도 전에 기분이 좋다.



이승철은 등장과 동시에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중간중간 객석을 향해 자꾸만 일어나라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2부가 시작됐을 때쯤에는 클럽에 온 듯 팔을 머리 위로 흔들고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오늘 실감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랫말이 왜 나왔는지를. 마음은 신나게 방방 뛰고 싶은데 조금 뛰다 보니 무릎이 아팠다. 손뼉을 치다 보니 어깨가 아팠다. 노래를 계속 따라 부르려니 목이 아팠다. 공연장 쫓아다니려고 보약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났다.


나는 이문세 못지않게 이승철 노래도 모르는 게 없었다. 오래된 노래들이나 드라마 OST였던 곡들은 제목은 몰라도 후렴 부분 정도는 거의 알고 있었다. 공연장 1층부터 4층까지 스피커를 총 120개 설치했다는데 악기음이 좋은 반면 이승철의 목소리가 조금 묻히는 느낌이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대 보다 객석의 소리가 더 크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다들 떼창 하는 분위기라서. 우리 남편 목소리가 젤 컸대요~


이승철은 1986년 그룹 부활의 보컬로 데뷔했다. 38년간 활발한 활동과 공연을 이어가는 열정과 다부진 몸에서 자기 관리를 잘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한다는 건 재능을 뛰어넘는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33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이승철 콘서트, 와이프 덕분에 숙원을 풀었다.'

남편이 SNS에 자랑을 했다. 내가 굉장히 좋은 아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야 다음번에는 누구 보러 갈 거야?"

콘서트에 맛 들인 남편이 다음번 공연을 예약하란다. 이문세, 이승철 그리고 누가 있을까? 딱 떠오른 이름은 고 신해철 님이었다. 휴, 그의 추모 콘서트라도 열리길 기대해 본다. 어떤 공연을 예약하지? 이승환? 임재범? 아, 조성모도 좋은 노래 많았는데, 그는 왜 요즘 활동을 안 하는 거지? 맞다. 그분들이 공연을 해야 예약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내 추억 속의 가수님들, 제발 공연 좀 해주세요~


이승철의 노래 '아마추어'에 우리는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모두가 아마추어야,라는 가사가 있다. 세상에 태어난 것도 처음, 딸도 처음, 학생도, 직장도, 결혼도, 며느리도, 엄마도, 갱년기도 다 처음,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일들에 나는 처음일 것이다. 나를 너무 다그치지 말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하면서 즐거운 공연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도 먹여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작년 추석에 선물 받은 먼지 쌓인 침향단과 홍삼을 꺼냈다. 이런 걸 뭐 하러 먹어, 했었는데 이제 이유가 생겼다. 신나게 놀기 위해서 내 몸을 챙긴다. 남편이랑 오래오래 같이 놀아야 하니 남편도 챙긴다.


이승철 콘서트 끝나고 전어회에 소맥, 세상 부러울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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