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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 용미 Aug 27. 2024

Maryland Day ~

받아주는 느낌

메릴랜드 주기(캘버트와 크로스랜드 문양을 합친 깃발)


메릴랜드는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주다. 남쪽과 서쪽에는 버지니아 주, 웨스트버지니아 주, 워싱턴 D.C. 가 있고 북쪽에는 펜실베이니아 주, 동쪽에는 델라웨어 주가 있다. 메릴랜드는 작은 주지만 크기에 비해 매우 다채로운 지형과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작은 미국(America in Miniature)이라는 별명이 있다. 대학으로는 칼리지 파크(College Park)에 있는 메릴랜드 대학교와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 아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가 유명하다. 주의 상징 새는 오리올스(아메리칸 꾀꼬리)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은 볼티모어 오리올스다. 김현수 선수가 2015년도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다. 워싱턴 D.C. 는 메릴랜드가 미연방 정부에 양도한 땅에 지어진 도시라고 한다. 

  

메릴랜드 주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다. 겨울이 우리나라보다 덜 춥고, 여름은 기온이 높지만 습하지 않다. 다양한 식물들이 모여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봄에 거의 한 달간 알레르기 비염에 시달렸다.    

    

매년 4월이면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Maryland Day가 펼쳐진다. 이날 학교 광장의 넓은 연못에는 메릴랜드 대학교의 상징인 거북이 동동 떠다닌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든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과를 소개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동아리 사람들도 나와 홍보를 하고 공연이나 게임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미대에서는 캐리커처를 그려 주거나 페이스 페인팅을 해 준다. 캐리커처는 인기가 아주 많아서 줄을 한참 서야 한다. 우리도 5년 동안 딱 한 번 선물처럼 받았다. 


유아차를 끌고 있는 나와 막내 ~ (캐리커처) 2011년

    

캠퍼스 곳곳에서 과학실험과 만들기, 그리기, 게임 등의 부스가 열린다. 누구나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콜라에 멘토스를 넣으면 콜라가 보글보글 끓어올라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실험은 어린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한다.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린다. 암벽 등반에 도전해 메릴랜드 기념 티셔츠를 받을 수도 있고 원하는 모양을 골라 배지를 직접 만들어 가져 갈 수 있다. 여러 게임에 참여해 메릴랜드 대학교 기념 티셔츠를 몇 개씩 받아 오는 것은 우리 집의 연례행사였다. 지금도 집에서 그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유명한 메릴랜드 대학교 미식축나 농구선수의 리플릿(leaflet)에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도 오래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얼마나 영광인지 잘 몰랐다.  MBA 농구만 보는 둘째가 중학생 때 그 사인의 진가를 알고 그때 받은 사인을 챙겨 갔다.     

 

남편은 농과대학에서 농작물에 생길 수 있는 세균을 연구한다. 특히, 살모넬라균을 깊이 연구했다. 남편 과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우리 손에 얼마나 붙어 있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 주었다. 비누로 손을 씻고 자외선에 비춰 손에 남은 세균을 확인해 봄으로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실험을 통한 경험, 호기심 등을 마음껏 채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곤충과 애벌레를 만나고 먹이를 먹는 모습도 보고 곤충이나 애벌레를 직접 손 위에 올려 볼 수도 있었다. 자벌레, 사마귀, 나비 애벌레 등. 게다가 채소 모종을 무제한 나누어 준다. 딸기, 토마토, 오이 등. 각 가정에서 채소를 키워 먹으며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이 Free(무료)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도 모두 공짜였다. 메릴랜드의 날을 축하하며 벌어지는 파티가 그야말로 불꽃처럼 팡팡 터졌다. 다양한 색깔의 모래를 작은 병에 넣으며 자기만의 아트를 즐기기도 했다. 5년을 갔지만 다 보지는 못한 것 같다.     

 

메릴랜드 대학교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인 것처럼 즐기는 축제였다. 거기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뿜뿜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어린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씨앗을 심어 주는 것 같았다. 어디서든 어린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보여주고 알려주는 따뜻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대학진학률이 높지 않지만 그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가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즐겁게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대학원 동료 중에는 학부 때 피아노를 전공했다가 농대로 와서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또, 부모의 드넓은 농장을 물려받아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 여학생도 있었다. 그녀의 농장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중견 기업과도 같은 큰 규모에 깜짝 놀랐다. 젊은 여성이 아버지의 농사를 잇겠다는 결의가 굳건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뒤늦게 공부해 박사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우리 남편 같은 학생도 있으니 진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남편 농과대학에서는 가을 축제 같은 ‘오픈 하우스’를 연다. 대학원생들이 그동안 연구한 성과와 논문들을 발표, 전시하는 행사다. 그리고 가을 수확 철을 맞아 볏짚으로 미로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작은 트랙터 자동차를 몰고 미로 사이를 돌아다닌다. 옥수수 알갱이들을 모래밭처럼 깔아 두고 어린아이들이 장난감 포클레인과 트럭을 갖고 그 안에서 놀 수 있다. 옥수수 알갱이 사이를 헤엄치고 뒹굴며 자유를 만끽한다.      


메릴랜드 대학교 농대 오픈하우스 현장~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잭오렌턴(Jack-o'-lantern : 호박 속을 파내고 껍질에 눈과 입 모양의 구멍을 낸 핼로윈 호박)을 만들 호박도 많이 나누어 준다. 여러 종류의 닭과 병아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그들이 낳은 알들이 부화기에서 깨어나는 것을 어린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살아있는 소의 옆구리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던 거다. 소가 음식을 먹고 씹어 삼키고 소화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자가 팔뚝까지 오는 비닐장갑을 끼고 소의 옆구리에 뚫린 구멍으로 팔을 쑥 집어넣었다. 난 화들짝 놀랐다. 소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음식을 씹고 있었다. 


연구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난 소의 눈망울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 옆에는 젖소들이 생산한 우유와 요구르트가 있었다. 유제품들이 왠지 달리 보였다.  


미국에서는 어딜가나 어린이들에게 너그럽고 다 준다. 체험을 통한 경험을 주는 것이 제일 훌륭해 보였다. 뭐든지 보고 해보게 하고.... 결국은 스스로 하고 싶게 만든다. 메릴랜드 데이, 그날이 그랬다. 


 "외국이지만 괜찮아." 

조건 없이 받아주는 느낌을 받는다.  꽤 포근하고 따뜻했다. 


https://marylandday.umd.edu/



*메릴래드 주기 사진 및 정보 출처 - 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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